최근 한국 의료산업의 중동 진출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요르단에서는 수도인 암만에 자리한 킹후세인 메디컬 시티 내 건물 확장을 위해서 한국의 의료기술 전수에 관한 프로젝트 협력을 추진한 바 있다.
킹후세인 메디컬 시티를 가기 위해 암만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 보니 넓은 평지에 낙타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내가 신기해하니 택시 기사님이 잠시 길가에 멈춰 서서 자세히 볼 시간을 내어 주셨다. 길에서 이렇게 풀어져 있는 낙타를 보니 여기가 중동이 맞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큰 언덕길이 나 있었는데 언덕 위에는 한국의 여느 대형 병원들보다 큰 건물이 있었다. 기사님이 도착했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전에 건물의 웅장함에 곧바로 이곳이 후세인 병원임을 알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Queen Rania AL Abdullah hospital for children이라 쓰여있는 어린이 병원이었다.
첫 날 방문했던 요르단 대학병원과는 다르게, 입구에서부터 경비가 삼엄했고 카메라 촬영도 허가증이 없는 이상 제지하는 것 같아 먼발치에서 건물 전경만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경계하는 눈빛이 많아서 조심스럽게 소아과 병원으로 들어갔더니 역시나 경비원들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로 오셨죠?"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셔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아, 아픈 건 아니구요. 다른 나라에서 왔는데 그냥 병원 한 번 둘러보고 싶어서 방문했습니다. 혹시 외부인이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솔직하게 말하니 그리 철저하게 막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생각을 하더니, 이내 "ICU..?"라는 대답을 들었다.
ICU는 Intensive care unit의 줄임말로 중한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우리나라의 중환자실과 유사한 의미이다.
감사하다고 인사한 후 ICU가 3층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엘리베이터에 탔다. 3층에 올라가보니 같은 층에 안과 외래 병동도 있었는데 생각보다 복도가 너무 한산했다.
알고 보니 요르단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금요일, 토요일이 주말이고 일요일부터 한 주가 시작된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날이 금요일이라 외래 환자가 없던 것이다.
복도 끝 외진 곳 쪽으로 가보니 ICU 표지판이 보였다. 너무너무 작은 신생아들이 인큐베이터 안에 있었고 보호자 분들이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감염 및 위생 문제 때문에 무작정 들어가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창문을 통해서만 안을 들여다 보았다.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중환자실에 있는 아이들이 안타까웠고, 계속 보고 있으면 보호자들에게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어린이 병원 밖으로 나와 보니 그 밖에도 4개 병원이 보였다.
가장 먼저 지어진, 그리고 메인 병동에 해당하는 Al-Hussein hospital, 재활센터인 Royal rehabilitation center, 심장을 다루는 Queen Alia Heart institute, 비뇨기과 및 이식 센터인 Prince Hussein center for Urology and organ transplant가 킹후세인 메디컬 시티를 구성하고 있다.
휴일이라 환자가 별로 없는데다 경비가 삼엄해서 다른 병원들까지 돌아 보기엔 무리라 생각이 되어 병원 본관에 위치한 응급실만 방문해 보기로 했다.
역시나 휴일이라 응급실에는 환자가 많았고, 베드수도 많고 CPR room이 따로 있는 등 꽤나 시설이 잘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응급실이 너무 분주한 데다가 또 다시 느껴지는 아랍 사람들의 관심 어린 눈빛이 부담스러워서 급하게 밖으로 빠져 나왔다.
킹후세인 메디컬 센터는 1973년에 처음 설립되었다고 하는데, 그 뒤로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온 것으로 보였다. 또한 한국의 의료기술을 배우고 한국형 병원을 추가 증축할 계획이 있다고 하니 다음에 정식으로 다시 찾아 온다면 더 의미 있는 탐방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