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찹하다. 최후의 진술이라 생각하고 한마디 하겠다. 지금의 법안으로는 의료현장에서 도입이 불가능하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 이상일 부회장(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은 16일 열린 환자안전법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복지부의 최종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이 부회장은 환자안전법 제정 초반부터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일인으로서 "현재 법령은 초기 논의된 내용과 상당히 다르다. 다시 한번 환자안전자문위원회서 법안에 대해 논의하는 절차를 거쳐달라"면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
복지부는 최근 환자안전법 하위법령을 포함한 법안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00병상 이상의 병원(치과·한방·요양병원 포함)과 종합병원은 환자안전 관리를 위해 1명 이상의 전담인력을,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2명 이상의 전담인력을 둬야 한다.
또한 전담인력은 의사의 경우 5년이상 보건의료기관 근무 혹은 전문의 자격이 있는 사람, 간호사는 면허 취득 후 5년 이상 경력자로 제한했다.
법안의 큰 맥락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고자(사고를 발생했거나 이 사실을 알게된 사람 누구나)가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매체에 전달하며 검증, 분석을 거쳐 재발방지를 위해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법률안 대로는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율신고가 활성화 되기는 커녕 기존의 QI(의료질향상)관리 시스템까지 혼선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상일 부회장은 "현재 상황은 환자 안전을 위한 전담 인력에 대한 인건비도 예산으로 책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래서 어떻게 일선 병원들이 법안을 시행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환자안전법의 목적은 물론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다"며 "지금이라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전향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자안전 기준에 대해서도 강하게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기존의 의료기관 인증기준과 중복되거나 강화된 규정을 법으로 정하는 게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인가 묻고 싶다"며 "법에는 권고할 부분과 의무화할 부분에 대해서도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이외에도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이들은 "법안을 아무리 봐도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엄중식 정책이사(한림의대)는 "학회 입장에선 환자안전법 내 의료감염 분야를 분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환자안전법을 적용하려면 10여년간 유지해온 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KONIS, Korean Nosocomial Infections Surveillance System)에 혼선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차라리 환자안전법에서 의료관련감염은 제외시켜 달라는 얘기다.
그는 "의료관련감염은 환자안전사고와 달리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 등 감염에 관한 것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이를 환자안전법에 넣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미 감염 분야는 수년에 걸쳐 환자안전보고체계를 갖추고 부족한 인력으로 겨우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또 하나의 보고체계가 생긴다면 두가지 모두 포기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한국 QI간호사회 김문숙 부회장은 "중소병원 내 환자안전 인력은 기획, 홍보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온전히 환자 전담 인력을 둘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환자안전 교육 및 평가가 강화된 요양병원도 이미 잘 하고 있는데 옥상옥 규제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김주형 한빛현요양병원장은 "요양병원은 급성기병원과 환자군 자체가 달라 기준도 달라야 한다"면서 "병원 종별 세부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정영훈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입법예고 기간으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며 "다만 시민단체와 이견이 있는 부분은 절충안을 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환자안전사고 보고시스템의 익명성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각 병원별 보고 내용은 식별코드를 삭제하고 보고학습시스템을 위해서만 사용할 것"이라며 "규제를 위한 신고와는 명확히 다른 것임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