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맞아 의사의 정년 이후 인생도 크게 변하고 있다.
단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청진기와 메스를 놓기엔 환자 진료와 의학 연구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최근 주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정년 이후 진료를 이어가는 교수를 파악한 바에 따르면 대학병원 촉탁의부터 중소병원 봉직의까지 직책과 무관하게 환자 진료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때 진료과장부터 병원장 등 주요 보직을 꿰찮던 이들이지만 이제는 어깨의 짐을 훌훌 털고 오히려 환자 진료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이상은 교수(66세·비뇨기과)는 전립선 분야 최고 권위자로 여전히 병원 내 로봇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의사로 꼽히며 외과의사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후배 의사들도 일부러 그에게 찾아와 수술 받을 정도로 그의 수술 실력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김현집 교수(67세·신경외과)는 경추수술 분야 권위자로 그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적어도 9개월을 기다려야한다.
김 교수는 하루 20명만 진료하며 불필요한 수술을 절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유명인사들도 그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수개월을 대기한다.
스포츠 재활분야에서 유명세를 떨쳤던 서울아산병원의 진영수 교수(67세·재활의학과)는 올해 정년을 맞아 건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진료를 이어간다.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68·외과)는 간이식수술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간이식술은 4천여건을 훌쩍 넘겼으며 수술 성공률은 96%로 압도적이다.
그는 정년 이후까지도 서울아산병원 의료원장직을 맡으면서도 여전히 오전 회진을 돌고, 외국인 의사 수련에도 직접 참여하는 등 40대 의사 몫지 않는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한덕종 교수(68세·외과)도 신장·췌장 이식술을 권위자로 최근 췌장 300회, 신장 4000회 이식술에 성공하며 외과의사로서 수술에 매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이광선 교수(67세·이비인후과)는 올해 정년을 마치고 소리귀클리닉으로 옮겨 진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술 1000건이라는 세계적 기록을 보유한 의료진으로 앞으로도 인공와우술에 특화된 진료를 지속,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을 역임하고 세브란스병원장, 용인세브란스병원장을 지내며 학계는 물론 병원 운영에도 역량을 발휘했던 박용원 교수(67·산부인과)도 정년을 맞아 3월부터 분당제일병원에서 환자 진료에 주력한다.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 세계유방학회 대회장 등 외과학계 다양한 보직을 두루 섭렵한 가톨릭의대 정상설 교수(67·외과) 또한 3월부터 분당차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진료를 이어간다.
정 교수는 오랜 교육수련부장 경험을 바탕으로 차병원에서도 전공의 수련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대목동병원 이영주 교수(70세·마취통증의학과)도 정년 이후 의사 본연의 진료에 충실하고 있는 교수 중 한명이다.
그는 세브란스병원과 아주대병원에서 활동한 후 정년 이후 본교로 돌아와 후배 의사들의 해외연수를 보내는데 자비를 터는 등 후학양성에도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정년을 맞은 정형외과 관절경 명의로 알려진 세브란스병원 김성재 교수(68세·정형외과)는 강동 연세사랑병원에서 관절내시경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부천성모병원 백민우 교수(69세·신경외과)는 정년 이후에도 병원장직을 지낸 후 지난해 뉴고려병원으로 옮겨 환자 진료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보직을 맡고 바빴던 시절보다 오히려 환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 보람되고 즐겁다"면서 "체력이 허용하는 한 계속해서 환자와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