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평의사회와 정형외과의사회는 자가혈시술(PRP) 과정에서 오염된 리도카인 병에 PRP 주사기를 꽂으면서 집단 감염이 나타난 만큼 주사기 재활용이 아니라는 입장.
반면 일부 의료계 인사들은 리도카인 한 병은 4~5인 분량밖에 안 된다며 한양정형외과의 300여명 이상 집단 감염은 주사 바늘 재활용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27일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단체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에 제보를 통해 강원도 원주 한양정형외과의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주사 바늘 재활용 가능성을 피력했다.
앞서 대한평의사회와 정형외과의사회는 "C형간염 집단 감염사태의 원인이 주사기 재사용이 아니라 오염된 리도카인 재사용 때문이다"며 주사기 재활용과 같은 비윤리적 행위가 없었다고 항변한 바 있다.
반면 익명의 A의사는 다른 입장. 리도카인은 1병에 20cc가 들어있고 1회 사용당 5cc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오염된 리도카인을 사용한다 해도 최대 감염자 수는 5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 의사는 "오염된 리도카인 재사용이 한양정형외과의 C형 간염 집단감염 사태의 본질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며 "아무리 리도카인을 재사용한다고 해도 300여명 이상의 집단감염은 불가능하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리도카인 한 병은 20cc에 불과하고 한 번에 5cc를 사용한다고 해도 산술적으로 4~5명의 감염만 가능하지 않겠냐"며 "게다가 10원짜리 주사기나 500원에 불과한 리도카인은 재사용에 대한 요구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300여명 이상 지속적인 집단감염이 이뤄지려면 고정된 감염원이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판단.
A 의사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지속적인 감염에는 고정된 감염원이 있어야 한다"며 "본인의 판단으로는 10원짜리 저가 주사 바늘 대신 PRP를 추출하는 굵은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PRP 추출 주사 바늘은 실제로 1~2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한번 쓰고 버리기란 쉽지 않다"며 "따라서 재사용에 대한 유혹이 큰 품목이고, 만일 감염된 PRP 주사기를 재사용했다면 수 백명의 집단 감염 원인이 설명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주사기 재활용을 사전에 차단할 기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A 의사는 "주사기 재료대가 없다는 이유로 주사기 재활용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정부가 주사기 재활용의 유인책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의사가 10원짜리든 1000원짜리 주사기를 사용하든 그 비용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사기 재활용에 대한 유혹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정부도 유리 주사기를 소독해서 재활용하던 시절이 지난 만큼 1회용 주사기 사용에 대한 재료대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00원짜리 주사기를 한달에 1000개를 사용하면 100만원의 손해로 이어지는 마당에 누가 좋은 양질의 주사기를 사용하겠냐"며 "의사 역시 경영자의 입장에서 10원짜리 주사기를 사용하거나 비싼 주사기를 재사용해야 한다는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B 의사 역시 주사기 재활용을 막을 기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유리 주사기를 소독해서 사용하던 당시 기준으로 주사 행위료가 잡혔기 때문에 여기에는 재료대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물론 극소수의 비양심적인 의사가 있는 것은 맞지만 최소한 정부가 비양심이 끼여들 여지를 줄이려는 노력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무단횡단자를 아무리 처벌해도 건널목 위치가 잘못돼 있으면 무단횡단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며 "1회용 재료대의 수가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서 재사용시 처벌하겠다는 방침으로는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이번 사태의 본질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정을 쓰기 싫고 선제적인 대처를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리기 싫어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