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알데히드가 피부장벽 기능을 무너뜨리고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직접적 원인이라는 사실이 규명됐다.
공기 중의 수많은 환경유해물질 중 폼알데히드를 분리해 단독으로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서울병원 환경보건센터 안강모, 김지현 교수(소아청소년과) 연구팀은 깨끗한 공기와 폼알데히드가 포함된 공기를 아토피피부염 환자 41명과 대조군 34명에게 각각 노출시킨 결과 이 같은 기전이 규명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안전성평가연구소 흡입독성연구센터(센터장 이규홍)와 공동 개발한 환경유발검사 시스템을 이용해 피검자의 피부에 폼알데히드와 깨끗한 공기를 노출시켜 반응 정도를 살폈다.
그 결과 폼알데히드를 포함한 공기에 노출됐을 때 아토피피부염 환자와 대조군 모두 경피수분손실도(Transpidermal Water loss, TEWL)가 현저히 높아졌다.
경피수분손실도는 피부를 통해 수분이 손실되는 양을 뜻하며, 수분 손실이 많아지면 피부가 건조해져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가려움증이 더욱 심해질 수 있고 나아가 피부장벽의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폼알데히드에 노출된 시간에 따라 수분손실도가 점차 증가하여 대조군은 1시간 노출시 4.4%, 2시간 노출시 11.2%로 나타났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경우 대조군보다 2배 가량 더 많은 수분이 빠져나갔다. 이들 환자의 경우 1시간, 2시간 노출 시 각각 수분손실도가 10.4%, 21.3%으로 측정됐다.
피부 산도(skin pH) 역시 같은 방법으로 측정 시 폼알데히드에 각각 1시간, 2시간 노출됐을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피부 산도는 각각 1.2%, 2.0% 늘었다. 대조군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폼알데히드의 노출에 의해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피부 기능이 손상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결과다.
이번 연구로 앞으로 아토피피부염을 진단, 치료하는 데도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에는 집 또는 주변 환경에서 포집한 공기에서 유해물질의 구성비나 농도 등을 토대로 간접 분석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 어떤 물질이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분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폼알데히드에 특별히 민감한 환자라고 했을 때 주요 발생원인 새 가구, 접착제, 페인트 등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권고하는 한편, 실내공기 중 폼알데히드 농도를 반드시 점검하도록 조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같은 원리를 이용해 톨루엔, 미세먼지, 이산화질소(NO2),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등으로 검사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안강모 교수는 "아토피피부염과 관련된 환경요인을 증명할 수 있으면 이를 제거함으로써 불필요한 약물의 사용을 줄이면서 아토피 피부염을 치료할 수 있다"며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질환관리로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비염 등 관련 질환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