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젊은의사칼럼

|인턴노트| 수술장의 꽃, 로젯

인턴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박성우의 '인턴노트'[28]


박성우
기사입력: 2016-04-19 11:49:32
수술장의 꽃, 로젯

수술실이 있고 수술장이 있다. '수술실'은 말 그대로 수술을 하는 방으로 환자의 수술이 이뤄지는 곳이다. '수술장'은 수술실이 여럿 모여 있는 공간을 뜻한다. 의학 드라마나 의학 다큐멘터리를 눈 여겨 보았다면 수술장을 표현할 때 '로젯'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로젯은 프랑스에서 훈장 메달을 수여할 때 메달에 같이 부속되는 원형의 꽃모양 장식을 의미한다. 가운데 심지가 있고 주변으로 꽃잎들이 원형으로 둘러싼 장미꽃과 같은 형태를 '로젯'이라 하는 것이다.

"오늘 응급실에서 올라온 외과 응급 수술은 D로젯에서 방을 열 예정입니다."
"선생님. K로젯에 방이 비어 그쪽에서 오후 밀리는 스케쥴 잡았습니다."
"정형외과 선생님 G로젯으로 오세요."

종합병원은 수술실이 수십 개에 이른다. 수십 개의 수술실을 복도를 두고 일렬로 배치할 수는 없다. 수술실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양압 환기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일렬 배치 시 수술 기구를 포함한 시설물의 오염 가능성이 문제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진이나 환자의 동선도 비효율적이다. 수술장을 하나의 큰 집에 비유한다면 가운데 거실을 두고 그 거실을 주변으로 수술실들이 방처럼 연결되어 있는 형태를 이룬다. 수술실 6~8개와 거실 역할을 하는 중앙의 수술 준비실이 '로젯'이라는 하나의 단위가 되는 것이다.

거실 역할을 하는 중앙 수술 준비실에서는 각 방의 수술 진행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로젯 내 소독실에서 수술실로의 이동 경로이자 의약품, 수술 기구들을 대기 및 적재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중요하게는 그 로젯을 책임지는 마취과의 영역이기도 하여 주로 주임 교수님들이 상주하고 있다.

각 수술실마다 마취과 전공의와 인턴을 배정하고 수술 진행 상황 및 마취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는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다.

로젯은 하나의 독립된 수술장으로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종합병원은 대개 각각의 로젯마다 수술 분과가 나뉘어져 있다. 각 분과마다 쓰이는 수술 기구 및 준비해야 하는 물품도 차이가 있다. 때문에 로젯마다 각 수술 분과에 맡게 특화되어 있는 경우 수술 준비를 비롯하여 응급 시 필요한 물품까지 준비해놓을 수 있어 효율적이다.

본원은 일반외과의 경우 E로젯, 정형외과의 경우 G로젯, 이비인후과 및 성형외과는 H로젯, 산부인과는 K로젯 등으로 로젯이 분과마다 할당되어 있다. 그리고 마취과 주임 교수님들이 각각의 로젯에 마취를 담당하는 책임자로 있어 거대한 수술장이 운영된다.

가동되는 수술실은 외래를 제외하고 방이 60여 개가 넘는다. B로젯부터 K로젯까지 총 10개의 로젯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다른 종합병원에 비해 몇 배는 규모가 큰 만큼 빠듯한 인원으로 움직인다. 독립된 로젯들이 한 송이 한 송이 모여 거대한 수술장을 이루는 것이다.

정규시간 이후 응급 수술이 열리는 날에는 로젯들이 다시 모였다가 흩어지고 수술이 배정되어 진행된다. 어쩌면 로젯을 한데 엮어 조율하는 일은 장미꽃이 무성한 꽃밭을 아름답게 가꾸는 정원사의 역할 같은 게 아닐까?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10
새로고침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일방적 발표였으니, 재논의도 아닌 거고, 노력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다 퉁쳤네. 추진 안 한다가 아니라 강행하지 않는다니,
    (현 정부 꼬락서니를 보면, 관변어용시민단체 다수 동원해, 국민뜻이라며 언론플레이후, 스리슬쩍 통과. 보나마나 '강행'은 아니라겠지.)
    정부 입장에서 도대체 뭐가 양보? 의사는 복귀하도록 노력한다가 아니라 복귀한다고. 욕먹고, 파업한 결과가 참,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일방적 발표였으니, 재논의도 아닌 거고, 노력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다 퉁쳤네. 추진 안 한다가 아니라 강행하지 않는다니,
    (현 정부 꼬락서니를 보면, 관변어용시민단체 다수 동원해, 국민뜻이라며 언론플레이후, 스리슬쩍 통과. 보나마나 '강행'은 아니라겠지.)
    정부 입장에서 도대체 뭐가 양보? 의사는 복귀하도록 노력한다가 아니라 복귀한다고. 욕먹고, 파업한 결과가 참,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일방적 발표였으니, 재논의도 아닌 거고, 노력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다 퉁쳤네. 추진 안 한다가 아니라 강행하지 않는다니,
    (현 정부 꼬락서니를 보면, 관변어용시민단체 다수 동원해, 국민뜻이라며 언론플레이후, 스리슬쩍 통과. 보나마나 '강행'은 아니라겠지.)
    정부 입장에서 도대체 뭐가 양보? 의사는 복귀하도록 노력한다가 아니라 복귀한다고. 욕먹고, 파업한 결과가 참,

더보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