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과 한의협이 원만하게 합의할 때까지 일방적인 허가는 없을 것이라는 강서구청의 말을 믿었다."
의사협회의 말은 사실일까. 최근 한의사협회의 검진센터 건립과 관련해 의사협회의 대응 미숙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의협의 회관 용도변경이 사실상 신청만 하면 가능한 절차라는 것을 알면서도 구청 항의방문과 의견서 제출 등의 대회원용 '쇼'를 했다는 게 핵심이다.
4일 강서구청에 문의한 결과 한의협의 용도변경은 서류상 신청만 하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의협은 회관 건물 1층에 현대 의료기기 교육 및 검진센터를 개설할 의도로 강서구에 회관 용도변경(건축법상 제1종 근린생활시설)을 신청, 최근 승인을 얻었다.
한의협 회관은 교육 및 복지 시설군(교육연구시설)이었지만 진료를 위해선 근린생활시설군(제1종 근린생활시설)으로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문제는 상위 시설에서 하위 시설로 변경하는건 신청만 하면 가능하다는 점. 한의협으로선 상위 시설군인 교육연구시설을 근린생활시설로 바꾸는 것은 그저 관할 구청에 신청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강서구청도 이런 내용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상위 시설에서 하위 시설로 변경하는건 신청만 하면 가능하다"며 "따라서 상위 시설(교육 및 복지 시설군)인 한의협 회관을 하위 시설(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변경하는 것은 그저 신청만 하면 끝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강서구청의 승인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진 이후에야 "의협과 한의협이 원만하게 합의할 때까지 일방적인 허가는 없을 것이라는 강서구청의 말을 믿었는데 합의없이 허가해줬다"고 아쉬운 소리를 덧붙였다.
과연 의협은 용도변경 절차를 몰랐을까.
의협 관계자는 "신청만 하면 용도변경이 된다는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구청을 항의방문한 이유는 구청장 등 책임있는 분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였다"고 털어놨다.
사실상 의협의 구청방문과 의견서 전달은 대회원용 '쇼'인 셈.
의협이 한의협의 용도변경 신청 당시 한의협의 정관을 가지고 문제 제기를 한 이유도 이와 결부돼 있다.
용도변경을 막을 길이 구청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미리 인지했기 때문에 한의협의 정관을 통해 검진센터 개설을 막으려 했던 것.
당시 의협은 "용도변경이 됐어도 한의협 정관에는 의료업 수행이 명시돼 있지 않아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법인은 법률의 규정에 쫓아 정관으로 정한 목적의 범위 내에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는 민법 제34조를 들고 나왔다.
이에 의협 관계자는 "구청방문으로는 막을 수 없었기 때문에 정관으로 문제 제기를 한 부분도 있다"며 "정관 문제 제기를 통해 한의협이 정관을 수정토록 빌미를 줬다는 비판도 잘 알고 있다"고 대회원용 쇼라는 지적을 일부 수용했다.
의협은 "다만 검진센터가 설립되고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의료법 위반을 적용해 고발할 수 있다"고 단언했지만 구체적인 위반 사항의 확인은 거부했다.
한의협의 입장은 어떨까. 한의협 관계자는 "정관 위반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다"며 "검진센터를 통해 (수익 창출 등) 의료업을 하는 게 아닌 만큼 한의협 정관을 확대 해석해 센터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의협 정관상 목적사업에는 '국민보건 향상 및 사회 복지 증진'과 '한의학 발전과 학술연구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며 "이런 항목을 적용하면 검진센터를 통한 데이터 축적, 연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