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등에 대한 보장성 확대를 목표로 의료진과 환자단체, 제약사가 손을 맞잡고 민간 상설기구를 설립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의 참여가 미지수인데다 이해 당사자인 제약사가 협력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항암제 보장성 확대 위해 의료진, 환자, 제약사 맞손
한국 암치료 보장성 확대 협력단은 10일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협력단은 국내 항암 신약의 보험 등재율을 올리고 등재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하고 앞으로 정부를 대상으로 정책 제언을 진행할 예정이다.
협력단이 발표한 한국 암치료 보장성의 현 주소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항암 신약 건강보험 등재율은 29%로 OECD 평균인 62%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았다.
등재 기간 또한 OECD 평균이 245일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01일로 2.5배나 오래 걸렸다.
이에 따라 의료진을 포함한 환자단체와 제약사들은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주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이날 발족식에는 연세암병원 정현철 교수를 비롯해 삼성서울병원 임영혁, 안명주 교수, 고대 안암병원 김열홍 교수 등 각 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한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와 한국 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의 대표들도 발기인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정현철 협력단장(연세의대)은 "항암제 보장성 강화를 위해 암 환자와 가족의 바람을 모아 학술적 근거를 전달하며 씽크탱크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신력 확보 최대 관건…제약사 참여 논란 불가피
하지만 협력단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까지는 극복해야할 난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일부 의료진과 환자단체가 모인 민간 단체라는 점에서 대정부 협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발기인으로 명성 있는 의료진이 참여했다 해도 의학회 등 학계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임의 단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단체 일부가 참여하기는 했지만 수많은 암 중에 일부 질환만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력단이 정책 제언을 하더라도 보장성 우선 순위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협력단 구성 당시 구상했던 국회와 정부의 참여가 불투명한 것도 협상력을 가져가는데 한계점이 될 수 있다.
당시 협력단은 국회와 정부, 의료진, 환자, 언론, 제약업계가 머리를 맞대는 상설기구를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진정한 민간 주도 협력단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발족식에 국회와 정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협력단이 백서를 발표하자 보건복지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호도되고 있다며 반박 자료까지 내며 협력단과 각을 세우고 나섰다.
이에 대해 협력단은 향후 국회의원과 정부의 참여를 이끌어 내겠다는 방침이다.
정현철 단장은 "국회와 정부에 참여를 요청했지만 아직 성사되지 않았다"며 "이제 시작인 만큼 정부 각 부처와 국회를 지속적으로 설득해 진정한 협력단을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협력단에 다국적제약협회를 필두로 제약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도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보험 등재와 약가 등을 놓고 정부와 직접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이해 당사자가 항암제 보장성 확대 정책에 관여하는 것 자체만으로 논란의 소지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가령 폐암 항암제에 대한 정책 제언을 하는데 있어 해당 제약사가 의사와 환자를 등에 업고 적극적으로 급여 등재나 확대를 요구한다면 정책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다국적제약협회 관계자는 "제약사는 약을 파는 회사인 동시에 약을 연구하는 곳이기도 하다"며 "분명 이같은 지적도 나올 수 있겠지만 환자들에게 다른 나라보다 빨리 글로벌 항암 신약의 혜택을 제공하고 환자들의 요구에 맞는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