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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과 인턴의 야간을 아시나요

인턴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박성우의 '인턴노트'[31]


박성우
기사입력: 2016-05-12 11:46:37
마취과 인턴: 야간

종합병원도 6시가 지나면 바글거리던 원내가 고요해진다. 물론 24시간 쉬지 않는 곳이 종합병원이기에 어디에선가는 진료가 이루어진다. 수술장의 정규 시간 역시 오후 6시까지다. 이후 시간은 당직 근무자의 시간이 된다.

아무리 수술 일정을 맞추고자 노력해도 시간을 넘기는 수술은 있게 마련이다. 정규 시간을 넘어 진행되는 수술이나 응급 수술의 마취를 책임지는 것이 마취과 당직의 일이다.

본원 수술장에는 로젯의 중앙에 위치한 회복실 바로 앞에 마취과 전용칠판이 있다. 오후 4시쯤부터 당직 전공의가 66개의 거대한 수술실을 돌면서 수술 진행 상황을 파악한다. ‘방이 넘어 간다’고 표현하는데 예를 들어 H로젯에서 4번 방 수술이 저녁 8시쯤에는 끝나갈 것 같으면 H로젯 방6개 중에서 5개는 비었고 1개는 넘어간다고 이야기한다. 큰 칠판에 각 수술실의 수술명과 예상 종료 시각을 쓴다. 그리고 그날 당직 인원을 적절하게 재배치한다.

병원마다, 과마다 당직 시스템은 개성을 갖는다. 본원 마취과의 경우 인턴 6명 중 4명은 당직이고 2명은 오프가 된다. 그 4명의 당직도 각각 당직 1, 당직 2, prn 1, prn 2로 나뉜다.

먼저 수술이 끝나는 방의 당직의는 수술이 끝남과 동시에 근무도 끝난다. 수술 종료 시각을 예상하여 순서를 정해 퇴근하고 마지막에는 당직 인턴 2명만 남는다.

‘prn’이란 라틴어의 ‘pro re nata’의 앞 글자만 딴 것으로 ‘필요에 따라’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두통약을 prn으로 처방할 경우 머리가 아플 때만 약을 먹도록 복약 지도한다. 마취과 당직에서 prn이란 그때마다 수술실이 ‘넘어가는’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방을 책임지는 당직을 의미한다.

그날 prn 당직은 운이 좋으면 6시에 바로 퇴근할 때도 있다. 반대로 운이 없으면 밤 12시까지 여럿 ‘넘어간’ 수술실 중 한 곳을 지켜야 한다.

당직 때 마취에 참여하는 수술은 보기 힘든 수술이 많다. 신경외과나 흉부외과, 각종 장기이식 수술들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응급으로 한밤중에 시작될 때도 잦다. 그래서 간이식이나 신장이식, 뇌종양 수술은 마취 자체로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팽팽하게 도는 긴장감이 수술실을 맴돈다.

수술 역시 흥미롭다. 무미건조하게 달려 있는 벽시계만이 한밤중임을 알려준다. 환자의 생존을 증명하는 여러 지표들이 울려퍼진다.

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환자의 몸에서 검고 누렇게 굳은 간이 빠져 나온다. 간을 잃은 환자의 머리맡에서 마취과 의사들의 과정을 출발선에 대기하는 단거리 육상선수처럼 바라본다. 정적 가운데 위험 신호가 울리면 언제든지 준비한 약을 환자에게 주입할 것이다. ‘땅’ 하는 총성과 함께 출발선에서 튀어나갈 선수처럼 말이다. 쉽게 볼 수 없는 수술들을 환자의 머리맡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이 당직 인턴에게 있다.

수술실이 하나 둘 닫혀 간다. 유일하게 간이식을 전담하는 D로젯만이 하루를 마감하지 못한다. 마지막 남은 마취과 당직의들이 당직실에 모여 야식을 먹으며 하루의 노곤함을 푼다. 하루 종일 수술용 모자와 마스크를 써서 번들거리고 푸석한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다.

“인턴 선생님 수고했어요. 수술 하나 남은 건 전공의가 지키면 되니까 들어가서 쉬세요.” 당직이어도 인턴은 자정 무렵이면 퇴근할 수 있다. 당직 전공의는 밤을 새는 경우 다음 날 정규시간 오전을 쉴 수 있다. 인턴은 당직이라도 똑같이 7시에 출근해야 한다. 같은 길을 걸었던 선배가 후배에게 베푸는 배려일 것이다.

300미터가 넘는 수술장의 텅 빈 복도가 나를 맞이한다.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끝났구나’라는 생각과 ‘인턴 생활이 반년도 채 남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스친다. 마취과 인턴의 야간은 이제야 끝난다.

[32]편으로 이어집니다.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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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일방적 발표였으니, 재논의도 아닌 거고, 노력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다 퉁쳤네. 추진 안 한다가 아니라 강행하지 않는다니,
    (현 정부 꼬락서니를 보면, 관변어용시민단체 다수 동원해, 국민뜻이라며 언론플레이후, 스리슬쩍 통과. 보나마나 '강행'은 아니라겠지.)
    정부 입장에서 도대체 뭐가 양보? 의사는 복귀하도록 노력한다가 아니라 복귀한다고. 욕먹고, 파업한 결과가 참,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일방적 발표였으니, 재논의도 아닌 거고, 노력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다 퉁쳤네. 추진 안 한다가 아니라 강행하지 않는다니,
    (현 정부 꼬락서니를 보면, 관변어용시민단체 다수 동원해, 국민뜻이라며 언론플레이후, 스리슬쩍 통과. 보나마나 '강행'은 아니라겠지.)
    정부 입장에서 도대체 뭐가 양보? 의사는 복귀하도록 노력한다가 아니라 복귀한다고. 욕먹고, 파업한 결과가 참,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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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일방적 발표였으니, 재논의도 아닌 거고, 노력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다 퉁쳤네. 추진 안 한다가 아니라 강행하지 않는다니,
    (현 정부 꼬락서니를 보면, 관변어용시민단체 다수 동원해, 국민뜻이라며 언론플레이후, 스리슬쩍 통과. 보나마나 '강행'은 아니라겠지.)
    정부 입장에서 도대체 뭐가 양보? 의사는 복귀하도록 노력한다가 아니라 복귀한다고. 욕먹고, 파업한 결과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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