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고지혈증치료제 스타틴이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당뇨병 전문가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후향적 코호트 연구만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리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의료현장에도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4일 성명서를 통해 NECA의 연구 결과를 반박하고 스타틴 진료지침 조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당뇨병학회는 "NECA가 한계가 많은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고지혈증 환자들이 치료에 잘못된 인식이 생기고 있다"며 "또한 일선 의료현장에서도 불필요한 혼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거도 부족한 후향적 연구결과를 가지고 스타틴 진료지침 조정까지 거론한 것은 성급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NECA는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스타틴을 처방받은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당뇨병 발생 위험이 1.88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NECA는 스타틴의 이득과 위해를 따져 한국형 스타틴 사용지침을 마련하는데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뇨병학회는 해당 연구가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스타틴이 당뇨병 발생 위험을 올리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한국인에게 당뇨병 발생 위험이 평균 1.88배 올라간다는 분석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당뇨병학회는 "이 연구에 오류가 있어 과다하게 위험이 추정된 것은 아닌지 아니면 한국인이 특별히 스타틴으로 인한 당뇨병 발행 위험이 높은지 드엥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며 "많은 교란변수를 보정하기 위한 노력은 인정하나 고려하지 못한 변수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를 들어 심혈관 질환 조기 발생 위험이 있는 가족력이 있어 스타틴을 처방했을 수 있으며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 등 단지 콜레스테롤만 높은 것이 아니라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따져 처방이 나갔을 수 있다는 것.
즉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증후군에 해당하는 변수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이미 당뇨병 고위험 상태에 있었을 수 있는데 이러한 변수 또한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한 분석 대상 기간 자체가 스타틴 진료지침이 상당히 변화했을 시기이기 때문에 연구 결과에 이러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 또한 고려해야 하지만 이 또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당뇨병학회는 "NECA는 불과 1년전에도 당뇨병환자가 아스피린을 복용했더니 허혈성 뇌졸중이 70%나 많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전문가들의 질타를 받았다"며 "당시에도 후향적 코호트 연구의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스타틴과 당뇨병 발생 위험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면 근거창출을 위해 전향적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며 "섣불리 후향적 연구 결과를 가지고 진료지침을 바꾸려는 성급한 오류는 절대적으로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뇨병학회는 "최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통해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연구가 많아지고 있다"며 "연구 결과가 국민 건강과 보건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공인된 학술지 등 동료 평가 과정을 거친 후에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