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들이 병원 신축 등을 위해 주기적으로 발전기금 모금에 나서면서 의료진은 물론 일선 직원들까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결국 반 강제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는데다 일부에서는 약정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명목으로 발전기금을 걷으면서 금전적인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A대학병원 교수는 24일 "새병원 짓는다고 기부하고 또 암병원 세운다고 기금을 낸 지가 엊그제인데 최근 다시 대학 발전기금을 내라고 공지가 내려왔다"며 "아무리 모교 병원이라지만 부담이 상당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100~200만원 내고 말 수도 없는 노릇이니 월급의 일정 부분은 아예 기금 약정으로 사라진지 오래"라며 "이럴때는 차라리 기업병원이 부러울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사정은 비단 이 교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당수 대학병원들이 병원 신축이나 개·보수 등에 필요한 재원을 기금으로 조성하다보니 이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는 의료진이 대다수다.
특히 대학과 병원에서는 강제적인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사실상 자의반 타의반으로 기부를 강요받고 있다는 점에서 속앓이를 하는 의료진들도 늘어가고 있다.
실제로 B대학병원은 최근 병원 신축에 나서면서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 등 직급에 맞춰 사실상 기부에 대한 일정 부분의 가이드라인을 공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B대학병원 교수는 "아예 보직자는 2000만원, 정교수는 1000만원, 부교수 이하는 500만원 등으로 세팅이 되어 있더라"며 "재단과 병원에서야 강제 사안이 아니라고 하지만 부원장이 회의 석상에서 '그래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데 이게 강제가 아니고 뭐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결국 5년 분납으로 2000만원 기부를 약정했다"며 "때마다 무슨 공과금을 내는 기분"이라고 자조섞인 농담을 털어놨다.
더욱이 발전기금이 소속 의료진 뿐 아니라 동문들을 통해서도 모금된다는 점에서 이중고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소속 병원에 발전기금을 내고 모교에 또 기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다.
C대학병원 교수는 "병원 발전기금으로 기부 약정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최근 모교에서 기금을 부탁한다는 요청이 왔다"며 "학교 후배가 연구실까지 찾아와 약정을 부탁하는데 어떻게 매몰차게 거절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한 "결국 체면치례를 할 정도만 모교에 발전기금을 내기로 했다"며 "선택진료비 축소에 인센티브 감소에 월급은 줄어드는데 기부금은 점점 늘어가니 거덜날 일만 남았다"고 전했다.
이는 비단 의료진들의 문제만도 아니다. 기금 모금은 행정 직원들도 비켜갈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직원들은 사실상 평생 직장 개념이라는 점에서 더욱 권고를 피하기 힘든 상황이라 부담감이 더 크다.
D대학병원 행정 관리자는 "아예 보직자가 기금 약정서를 가져와 내밀고 얼마를 쓰라고 한 뒤 사인을 받아 가져갔다"며 "의료진도 아니고 파리목숨인 행정직이 이를 어떻게 거절하느냐"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그는 "전에 걸어놓은 기금 약정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약정이 시작됐다"며 "의료진이야 연봉이라도 높지 우리는 벼룩이 간을 내놓는 꼴"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