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규제학회가 토론회를 개최, 한의사의 X-ray 사용의 타당성을 주장하고 나서자 의사협회가 공정성이 결여된 토론회였다며 일축하고 나섰다.
의료의 문외한들이 주최한 만큼 단순한 이론에만 매몰됐을 뿐 아니라 토론자 선정 등 공정성과 객관성 모두 결여돼 있다는 주장이다.
9일 의사협회는 공식 입장을 통해 한국규제학회의 토론회를 문외한인 비전문가 학회가 주최한 공정성 결여의 토론회로 규정했다.
이날 오전 한국규제학회는 X-ray와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뿐 아니라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 역시 한의사들에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한의학과 의학의 이론적 체계 차이가 현대 의료기기의 사용을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없을 뿐더러 X-ray가 정확한 치료를 위한 정보 수집용 의료기기에 가까운 만큼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타당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
이에 의협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단순히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확대 및 국부 창출의 수단으로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다"고 반박했다.
의협은 "현대의학과 한방은 근본적으로 학문적 배경 및 이론체계, 의료행위의 상이성은 물론 교육 및 수련과정의 이질성 등과 같은 학문체계 및 수련시스템에서 유사성이 전혀 없다"며 "사법부 및 행정부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일관된 불가 판결 및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법이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면허제도 또한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도록 하는 것 등은 학문체계, 법체계, 면허체계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발상이라는 게 의협 측 입장.
의협은 "제1세션의 토론에서 한방 측 관계자는 포함했지만 의료계 관계자는 제외해 학술대회의 공정성 및 객관성을 상실했다"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주장의 신빙성 및 설득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의협은 "한마디로 주최 측이 제대로 된 토론의 요건 없이 일방적인 주장을 한 것에 대해 한국규제학회라는 단체가 어떠한 일을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특정 이익집단을 옹호하는 것으로 오인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전문학회로서 한국규제학회의 자질을 의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불법적인 골밀도측정기 시연을 하고 측정값에 대한 몰이해로 오진한 것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심대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증명됐지만 한국규제학회는 그 위해성도 크지 않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고 비판했다.
의료기사에 대한 지도권 부여 역시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한의사에게 의료기사 지도권을 부여하라고 하는 것은 무면허자에게 의료기사 지도권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이번 학술대회가 주제 선정에서부터 토론자 섭외까지 모든 것이 한방을 대변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된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현재 현대의학과 한방이라는 법으로 구분한 의료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 한국의료의 특수성이 있으며, 이의 근간을 훼손하는 규제 완화는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적 논란만 가중시킨다"며 "의료체계를 훼손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만큼 한국규제학회는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성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