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연합회가 의료일원화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중을 밝혀 각 단체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의한방 통합에 따른 기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곧 환자들의 안전과도 직결된다"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환자단체가 향후 의료일원화 논의가 전개될 경우 캐스팅보트로 부상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1일 한국의약평론가회는 프레스센터에서 '의료일원화 왜 해야 되는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의료일원화의 역사와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날 흥미를 끈 것은 환자단체연합회의 의한방 통합에 따른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언급.
안기종 대표는 "환자단체연합회 출범 이후 의료일원화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토론회에 오기 전에 환자 10여명과 이야기 해 본 결과 일원화에 대한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계에서는 일원화 논의가 해묵은 논쟁이라고 하지만 환자단체 입장에서는 새롭다"며 "이미 정부나 의료계, 한의계가 꽤 많은 논의를 진행한 걸로 아는데 어떻게 환자의 의견은 한번도 듣지 않고 3자간 논의를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말기 암 환자의 한약 치료제가 이슈가 되면서 의한방 통합에 대한 환자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환자 치료를 위한 것이라면 의료일원화는 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의한방 통합 후 기존의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때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진료가 가능할 지 의문이라는 게 그의 판단.
안기종 대표는 "의한방 통합 후 새로운 의대 교육을 받고 배출된 의사들을 제외하고 기존에 있던 2만명의 한의사들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그런 방향이 정말 환자에게 절실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의료기기는 의사들의 전유물은 아니기 때문에 필요하면 간호사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 사용에는 교육과 수련, 사회적 합의라는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제도적 근거가 있다면 누구라도 현대의료기기의 사용이 가능하지만 기존의 한의사들이 의한방 통합 이후 현대의료기기를 쓰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며 "20~30년 한 과만 공부한 한의사들도 한계가 있는데 과연 단기간에 한의사들이 수련했다고 사용이 가능할지 확신이 안 선다"고 덧붙였다.
의료일원화 논의가 결국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같은 접점에 닿아있는 만큼 의료일원화 논의 구조에 환자단체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랐다.
안기종 대표는 "의료일원화나 의료통합 논의를 더 이상 정부와 의료계 등의 논쟁해봤자 발전이 없다"며 "의사, 한의사, 약사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 국민, 환자들은 관심을 다 끊어버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한방 통합이 환자에게 필요하다고 하면 다시 한번 항목마다 여파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공감대를 갖고 추진해야 하지만 이 때부터는 소비자, 시민, 환자단체가 같이 가야 한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