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항암치료가 본격화되면서, 조직생검의 자리를 '액체생검(Liquid biopsy)'이 넘겨받을 모양새다.
다만 혈액에 있는 극소량의 DNA를 검출해 분석하기 때문에 앞으로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며, 일단 조직생검과 상호보완적인 사용이 진행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홍보위원장 손주혁 교수(연세의대 종양내과)는 기자간담회자리에서 "액체생검과 조직생검 사이에는 충분히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며 "일부 환자의 경우, 맞춤항암치료를 위해 조직생검을 액체생검으로 대체할 시대가 도래했다"고 예상했다.
불과 10여년전까지만 해도 조직검사가 암을 진단하는 것에 그쳤지만, 이제는 유전자변이를 확인해 치료제를 고르는 시대를 맞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혈액 내 순환하는 암유전자 조각을 이용한 액체생검의 강점은 무엇보다 조직생검처럼 천자나 절개 등의 침습적인 시술이 필요없다는 점이다.
또 채혈처럼 간편한 방법으로 시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시행할 수 있으며, 암의 악화나 치료에 대한 반응, 내성발현을 확인할 수 있다.
손 교수는 "혈액 등을 이용한 액체생검의 가장 큰 강점은 환자 체내의 모든 암유전자 변이를 안전하고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에 반해, 특정 부위의 작은 조직을 채취하는 조직생검에는 환자 전신의 변이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걸림돌로 기술적인 한계도 거론됐다.
손 교수는 "혈액 내에 순환하는 매우 적은 양의 암유전자 조각으로부터 유전자 변이를 검출하는 방법이 아직은 충분히 발전되지 못했다"고 평했다.
액체생검, FDA 승인 이어 대규모 유효성 데이터 쏟아져
조직생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액체생검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됐고, 이제 결실을 맺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올해 6월 폐암의 표적치료제인 엘로티닙 치료를 결정할 때 필요한 EGFR 유전자 변이를 혈액으로 검사할 수 있는 'cobas EGFR Mutation Test v2'를 승인한 것.
이는 폐암 조직에서 혈액으로 방출된 암관련유전자를 환자의 혈액에서 검출하는 액체생검 방법 중 하나였다.
또한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액체생검과 관련한 몇 가지 중요한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기존 폐암약제에 내성을 보이는 특정유전자(T790M)가 있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로실레티닙의 임상연구에서 액체생검이 조직생검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치료 전에 폐암조직, 혈액, 소변 샘플을 채취해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액체생검과 조직생검 간에 80% 정도의 일치율을 보였다.
이에 더해, 그동안 액체생검 임상이 소수의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 지적된 가운데 이를 보완한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폐암, 유방암, 대(직)장암 등으로 진단된 1만 519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직생검과 액체생검 간에 유전자 변화를 비교한 결과, 혈액과 조직 간에 유전자 변이 결과는 약 87% 일치한 것.
더욱이 혈액생검과 조직생검을 시행한 시간차가 6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98%까지 일치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교수는 "최근 FDA 액체생검 승인과 이번 ASCO에서 발표된 연구들로 인해 암 치료약제를 결정하는데 혈액을 채취해 이용하는 시대가 처음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