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병원에서 근무중인 간호사들이 1년에 82회나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절반 정도가 사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병원간호사회는 최근 간호사 1316명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경험과 현황을 파악하고 29일 건국대병원에서 개최된 연구결과 발표회에서 이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총 1316명의 간호사 중 감정 노동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287명으로 97.9%에 달했다.
이들이 경험하는 감정노동 횟수는 1년에 82.1회나 됐으며 최근 한달 동안 감정 노동을 당한 횟수도 9.6회나 됐다.
감정 노동을 겪게 한 대상자는 역시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무려 1076명(82%)에 달했던 것(중복 응답 가능). 다음으로는 보호자가 1024명(77.9%)으로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간호사들은 감정 노동을 느끼는 걸까.
가장 많이 토로한 것은 '속으로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지만 무조건 참아야 할 때'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사과해야 할 때'가 2순위로 꼽혔다.
이러한 감정 노동으로 간호사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감정 노동을 겪는 순간의 심경을 묻자 57%가 불쾌하다고 답했으며 55.1%가 분노하게 된다는 답을 내놨다.(중복응답)
또한 자존감이 저하된다는 답변도 53%나 됐으며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사직을 검토한다는 답도 52.5%나 됐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 노동을 겪으면서도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감정을 억누르며 업무에 복귀하고 있었다.
감정 노동을 겪게 될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10명 중 7명이 그냥 참는다고 털어놨고 70%는 동료들과 얘기하며 넘긴다고 토로했다.
또한 48.7%는 그냥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체념한다고 답했고 39%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그냥 무시한다고 털어놨다.
연구를 수행한 염영희 교수(중앙대 적십자간호대)는 "감정 노동이 업무에 매우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간호사가 72%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며 "조직적 맥락에서 간호전문직의 감정 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