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A는 성공한 개원의로 주변에선 다들 돈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런 저런 사람들이 돈을 빌려 달라고 찾아온다. 어느 날 증권사에 다니던 매우 친한 친구 B가 술을 한 잔 하자고 연락이 왔다.
B는 "내가 이번에 작전 들어가는 주가 있다. 너도 같이 들어가면 월 2부씩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했고, 이 말에 혹한 A는 다음날 B의 계좌로 1억원을 이체했다. 친한 친구라 차용증이나 공증은 따로 받지 않았다. 이체 후 두달은 200만원씩 A의 통장으로 들어왔지만 더이상은 감감무소식이다. B와는 연락도 잘 안된다.
그렇다. 의사 A는 B에게 사기를 당했다. 하지만 A는 아직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필자에게 와서 상담을 받은 뒤에야 감을 잡았다.
step1> 가압류 신청
우선 B의 계좌가 무엇인지, 사는 집은 어디인지, 그 외 갖고 있는 재산 중 알고 있는 것이 있는지 A에게 물었다. B가 사는 집의 등기부등본을 그 자리에서 발급 받아보니 역시 B의 소유가 아니다. 그래서 즉시 의사 A가 송금한 B의 계좌에 가압류를 신청했고 2주일 뒤 가압류 결정이 났다. 계좌에는 남아있는 돈은 2000만원밖에 되지 않았다.
step2> 민사소송 진행여부
의사 A에게 이체한 1억원이 실제 주식 투자에 쓰였는지 B에게 내역을 요구하라고 조언했다.
만약 B가 실제로 의사 A에게 받은 1억원으로 주식에 투자한 거래내역이 있고, 주식 가격의 폭락 때문에 불가피하게 월 200만원을 이체하지 못하게 된 것이라면 A는 B에게 대여금 반환소송, 즉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진행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B는 대여가 아니라 투자를 받은 것이고, 투자로 인한 손실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고 항변 할 것이다. 아마도 차용증이 없고 A와 B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에 돈을 빌려줬다는 명확한 의사표시가 없는 한 위 민사소송에선 B가 승소할 확률이 더 높을 것이다.
B는 역시나 말을 얼버무리며 투자 거래내역을 A에게 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은 주식 투자로 큰 손실을 입었고 가압류 때문에 돈도 뺄 수 없으니 파산을 할 것이라고 위협을 했다.
step3> 형사소송
A에게 B를 사기죄로 형사 고소하자고 제안했다.(몇몇 사람들은 변호사 비용을 절감하고자 본인이 직접 어설픈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는 경우가 있지만 경찰서의 경제팀 수사관들은 격무 때문인지 알아서 고소장의 내용을 보완해 수사해주지는 않는다. 결국 피의자에게 혐의 없음이라는 면죄부를 주는 경우가 많다. 액수가 적지 않다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형사 실무상 사기죄에서 실형 즉 구치소 및 형무소에 수감되는 형(최하 6개월)이 선고되는 암묵적인 기준은 피해액이 3000만원 이상일 것이다. 그 이하는 벌금형이 주로 선고된다(물론 전과가 많거나 피해자가 여러 명이면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피해액이 1억원이므로 유죄가 되면 징역 1년이 선고될 것이다(실무상 1억당 1년이다). 사기죄는 수사 도중 구속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판결 선고까지 재판장이 피해액을 변제할 기회를 준다. 실제로 재판에서도 재판장이 빨리 변제하고 그에 대한 증빙 자료를 제출하라고 압박한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피해액 중 약 80% 이상을 변제하면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상습 사기범이어서 구치소가 집보다 편한 사람이 아닌 이상 구치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면 극도의 공포심을 갖는 것이 일반적. 실제로 B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르겠지만 담당 수사관의 출석 요구를 받자, 곧바로 A에게 1억원을 변제했다.
B가 1억원을 변제하지 않고 파산을 해도 B에게 사기죄가 성립하면 1억원 채무는 면책되지 않는다.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에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이 면책 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A는 생각보다 쉽게 1억원을 회수할 수 있었고 B도 형무소에 가지 않고 사건은 마무리 됐다. 만약 B가 피해금을 A에게 변제하지 않고 형무소에서 복역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재빨리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민사소송)을 제기한 뒤 승소 판결을 받은 후 승소판결문에 기해 예전에 했던 가압류를 본압류로 변경해야 한다. 그리고 가압류로 출금이 금지됐던 B의 계좌에서 2000만원을 출금해야 한다.
B가 소유하고 있었던 부동산이 있었는지, B의 부인에게 1억원이 흘러갔는지 등도 확인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B가 A에게 1억원을 갚지 않기 위해 일부러 부동산을 제3자에게 이전한 것이다. 재산을 빼돌린 B와 제3자 사이의 부동산 거래를 취소하고 부동산을 다시 B의 소유로 돌려 A가 그 부동산에서 1억 원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제기해야한다.
후자의 상황에서는 B의 부인이 1억원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조회 후 이를 B의 소유로 되돌려 1억원을 받아 내거나, B의 부인에게 직접 1억원을 변제하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보통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면 신용정보회사를 알아본다. 하지만 그들은 변호사가 아니므로 변호사법상 위와 같은 소송행위를 하지 못한다. 신용정보회사는 채무자에게 독촉전화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나마도 채권의공정한추심에관한법률상 추심 방법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으므로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벗어나 추심행위를 하는 업체는 의뢰자도 방조범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게다가 신용정보회사는 가입비에 회수되는 금원의 30% 정도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그냥 기다렸으면 쉽게 받을 수 있었던 채무도 무조건 30%를 받는다. 심지어 중간에 이유 없이 계약을 해지해도 위약금으로 일정 %의 금원을 내야한다. 법무법인에 속한 변호사에게 채권추심을 맡겨야 믿을 수 있고 성공률도 더 높다는 사실이 일반적으로 더 많이 알려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