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토리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클리토리스를 덮고 있는 피부 제거술을 한 A대학병원의 비뇨기과 의사.
하지만 시술 이후 환자는 오히려 통증이 더 심해졌다고 호소했고, 클리토리스 귀두 부위 양쪽과 왼쪽 아래쪽 음순 부위에 신경종까지 생겼다.
환자 측은 클리토리스 피부제거술 후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A대학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병원 측 의료과실을 인정하며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그리고 병원으로 하여금 환자에게 5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2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성기문)는 최근 클리토리스 피부제거술 후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서울 A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B대학병원이 법원에 제출한 진료기록 감정서가 재판부의 의견을 달리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A대학병원 비뇨기과 의사는 클리토리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클리토리스를 덮고 있는 피부를 지혈집게로 잡아 그 부분의 피부를 제거한 다음 클리토리스를 노출시키고, 절개면을 봉합하는 시술을 시행했다.
1심 법원은 "환자의 신경종은 A대학병원에서의 시술 이후 발생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B대학병원의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를 인용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시술 전에는 클리토리스 통증이 악화됐다 완화되기도 하고 생리주기에 주로 발생했다면, 시술 후에는 클리토리스 부위가 속옷 등에 닿거나 스치기만 해도 매우 심하고 통증이 지속되며 시각통증 척도가 8~10에 이르렀다"고 판시했다.
이어 "시술 후 나타난 통증 양상은 신경종으로 인한 통증 양상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이와 함께 병원 측이 시술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통증 악화, 신경종 발생 위험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설명의무도 위반했다고 봤다.
상황은 2심에서 반전됐다. 2심 재판부는 B대학병원에 1심의 진료기록감정촉탁에 대한 사실조회를 했다.
이에 당시 진료기록 감정을 맡았던 의사는 "신경종이 해당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결과라는 것이지 이 사건 시술 과정에서의 과실로 발생됐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회신했다.
이어 "신경종은 시술 이전부터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시술 이전 반복적인 손상이 축적된 상태에서 A대학병원에서의 시술 이후 신경 주위 반흔 조직이 형성되면서 발생했거나 악화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즉, 신경종이 A병원에서 한 시술의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
이에 2심 재판부는 "현재 외상성 신경종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은 없다"며 "A대학병원의 시술 때문에 환자의 클리토리스 부위에 신경종이나 이에 동반한 통증이 발생했다고 인정하거나 추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