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이 불법으로 세운 병원에 이름을 빌려준 최 모 원장과 김 모 원장의 월급은 500만원.
건강보험공단은 이들이 부당하게 요양급여비를 타갔다며 환수 처분을 내렸다. 최 원장과 김 원장이 타간 요양급여비는 37억2615만원에 달한다.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최상열)은 최근 이들 원장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재기한 요양급여비 환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들이 요양급여비 환수 폭탄을 맞게 된 사연은 이렇다.
S복지재단은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건물의 세 개 층에 의사들의 명의를 빌려 A전문병원을 개설, 운영했다. A전문병원 개설자로 7명의 의사가 이름을 올렸고, 김 원장과 최 원장도 그중 하나였다. 7명의 의사는 병원을 양도양수하는 과정에서 어떤 대가도 주고받지 않았다.
김 원장과 최 원장은 환자 진료만 전담하며 500만원의 월급을 받았고, 병원 직원 및 재무 관리는 재단 대표가 도맡았다.
S복지재단은 구청에다 병원 설치 운영을 사업 종류에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허가 신청을 했는데, 구청은 이를 반려했다.
S복지재단이 추가하려는 사업은 사회복지사업에 해당하지 않고, 사업 시설 설치 운영도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기본재산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영리법인인 S재단은 정관에서 의료업을 목적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병원 개설 허가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 결국 S재단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의사의 명의를 빌리는 편법을 써서 병원을 세우기로 한 것.
최 원장과 김 원장은 "S복지재단은 비영리법인이라서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있으므로 재단에 고용됐더라도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돼 의료 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를 받았더라도 부정한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고, 병원 운영으로 거둔 수익 중 일부를 사회복지사업 기금으로 기부했으며,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만 받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단호했다. 비영리법인의 사무장병원 운영은 불법이며, 이에 따른 요양급여비도 환수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비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의사에게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한다면 비영리법인의 설립 목적과 달리 영리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위험이 있다"며 "비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법적 규제가 의미 없게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요양급여비 환수처분의 취지는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비를 원상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전액을 징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을 이끌었던 건보공단 김준래 변호사는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있는 비영리법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이 위법하고 이에 대한 건보공단의 부당이득징수 처분이 적법하다는 고등법원 최초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비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의료사업'이 법인 정관에 목적사업으로 정해져 있고,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설립 절차(신고 또는 허가)를 지켜야 한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있는 비영리법인라 하더라도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음성적 의료기관 개설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있는 비영리법인이라도 의사 명의를 대여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