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치매·우울증 예방관리를 위한 '한의약 건강증진 시범사업'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자 한의사협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한의과대학과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치매 관련 교육을 충분히 진행하고 있고 이에 따라 모든 한의사는 치매관리법에 따라 치매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법적지위를 보장받고 있다는 것.
특히 치매검사 'MMSE(Mini-Mental Status Examination: 간이정신상태 검사)'에 포함된 항목이 '간장공장 공장장 한번 따라하기'나 '여기가 몇 층입니까' 등의 질문 문항도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14일 한의협은 의료계가 한의약 건강증진 시범사업에 반대의견을 피력한 것과 관련해 "치매치료 관련 한의학 치료의 우수한 효능은 이미 국내외 유수의 학술논문 등을 통해 검증됐다"며 "일본신경학회 가이드라인에도 포함되어 있는 등 의료 선진국에서도 한약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서울특별시는 최근 치매와 우울증 검사를 통해 인지기능이 저하되거나 우울감이 있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1:1 생활행태 개선교육과 침치료 및 한약제제 투여 등을 시행하겠다는 한의약 건강증진 시범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의료계는 MMSE 등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위해 신경해부학, 신경병리학 등 현대의학적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문외한인 한의사가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한의협은 "의료계의 이 같은 주장은 치매 진단 및 치료에 있어 한의사와 한의학의 기여도를 폄훼하고 무시한 것이다"며 "현재 우리나라 한의과대학과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치매 관련 교육을 충분히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모든 한의사는 치매관리법 제2조 2항에 따라 치매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법적지위를 보장받고 있다"며 "노인장기요양보험 치매 등급 진단 시 MMSE 등을 통해 소견서를 발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의협은 "그림이나 문장을 활용한 인지능력 검사 방식으로 이뤄지는 치매검사방법이 한의학적 원리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료계의 심한 억지"라며 "그렇다면 MMSE의 질문항목 중 서양의학적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것도 많다"고 꼬집었다.
MMSE 항목에 포함된 '간장공장 공장장 한번 따라하기'나 '5각형 2개를 겹쳐서 그리기', '여기가 몇 층입니까'가 모두 의학적 원리에 부합하지는 않는다는 것.
한의협은 "한자로 자기 이름을 쓰면 그것은 한의학적 원리에 해당하느냐"며 "치매의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근거에 대해서도 보건소 공공사업을 통해 한의치매치료의 효과를 인정받았고, 국내외 다양한 학술논문 및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검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국내 동의신경정신과 학회지(2010년 12월)에 실린 '치매의 한약물 치료에 대한 체계적 임상논문 고찰'에는 치매와 관련된 분야별 한의학 치료효과를 소개한 관련 학술논문 28편이 게재돼 있다.
또 동의생리병리학회지 제25권에는 '보중익기탕'을 투여한 환자에 있어 K-DRS(Korean-verson Dementia Rating Scale)가 투여 전 92±16.2에서 투여 후 3주에는 102.6±11.5, 6주에는 113.4±14.4로 상승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한의협은 "일본의 경우 일본신경학회가 2010년에 발표한 치매 치료 가이드라인은 치매에 대한 대표적인 처방인 억간산과 조등산을 추천한다"며 "혈관성 치매 증상에 있어서 각종 한약제제 처방도 도움이 된다고 소개한다"고 설명했다.
한의협은 "정부나 지자체는 의학 서비스만으로는 국민건강 증진과 개선에 한계를 느껴 한의학으로 보완하려는 것이다"며 "의료계가 자신들의 한계를 인정치 않고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근거없는 비난과 반대만을 일삼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