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죽음까지 몰아간 의료사고라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유족 측과 수년간 밀린 진료비를 내라는 대학병원과의 법정 다툼이 병원 측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유족 측은 환자의 입원부터 사망까지 약 3년간 내지 않았던 검사, 진찰, 치료, 간호 관련 진료비 약 1억원을 병원에 내야 한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창형)는 최근 서울 S대학병원이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치료받다 사망한 환자 현 모 씨와 그 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청구 소송에서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환자 측은 감염성 심내막염 진단이 늦었다는 등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거쳐갔던 대학병원 두 곳을 상대로 손배해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혼수상태에 있던 현 씨는 소송 진행 중이던 지난해 4월 결국 사망했다.
2012년 6월 발열, 오한, 상복부 통증 등 증상으로 해열제, 위염약 등을 복용하다 서울 S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 현 씨.
현 씨는 한달여 동안 고열에 시달리며 I대학병원과 S대학병원에 잇달아 입원을 했지만 의료진은 발열 원인을 찾지 못했다.
수차례의 혈액검사 결과 감염성 심내막염 원인균인 헤모필루스 파라인플루엔자균이 발견됐다. 그가 S대학병원에 입원해 고열에 시달린 지 일주일만이다. I대학병원을 찾은지는 딱 한달만이었다.
S대학병원 의료진은 항생제를 세포트릭악손에서 세포탁심으로 교체하고 심장초음파 검사를 했다. 그 사이 현 씨는 갑자기 의식을 잃으며 발작, 1분 가량 1시 방향의 편시, 오른손을 떠는 증상을 보였다. 의식을 회복했다가 다시 우측 상체를 바르르 떠는 등 불수의적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시 의식을 잃었다.
의료진은 산소공급을 하면서 뇌CT 검사를 통해 경막하출혈을 확인하고 응급개두술을 실시했다.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에 따르면 심내막염 균이 뇌로 파급돼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심내막염 임상증상은 비특이적이어서 상복부 통증 등이 심내막염의 전형적 증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현 씨 치료 과정에서 과실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 씨 측은 "S대학병원의 진료비 청구 소송은 손해배상 소송 절차를 지연시키기 위한 의도"라며 "의료상 과실로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됐고 그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악화 방지를 위한 치료비는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S대학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환자 측과 병원의 약정에 따라 진료비를 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