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환자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환자 수 증가로 돌아왔다.
서울대병원 뇌하수체센터 얘기다. 뇌하수체센터는 여느 센터처럼 별도의 공간도 간판도 없다. 오로지 의료진 간의 합의와 신뢰를 기반으로 개설, 운영 중이다.
뇌하수체 종양 등 관련 질환으로 내분비내과를 내원한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당일, 신경외과 진료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시발점이 됐다.
기존에는 내분비내과 외래진료 후 신경외과 진료를 보려면 다시 예약을 잡고 1주~2주이 지난 뒤에야 다시 내원할 수 있었다.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온 환자가 수술 여부를 결정하고자 혹은 약 처방을 받고자 두번 걸음을 해야했다.
환자가 병원에 두번 걸음할 것을 한번으로 줄여주자는 취지에서 내분비내과와 신경외과 교수들은 의기투합을 했다.
서로 협진 의뢰를 한 환자에 대해 당일 진료해주도록 하기로 한 것. 뇌하수체 관련 질환으로 내원한 환자의 경우 당일 내과-외과 원스톱 진료가 가능해졌다.
뇌하수체센터라는 공간이 별도로 없어 환자들의 동선까지 줄이지는 못했지만 본관에서 암병원만 오가면 당일 원하는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뇌하수체 센터장을 맡고 있는 신찬수 교수(서울대병원 부원장·내분비내과)와 의대 동기인 백선하 교수(신경외과 과장), 김정희 교수(내분비내과)와 김용휘 교수(신경외과)가 서로간에 탄탄한 신뢰가 깔려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1년, 뇌하수체 질환 관련 환자는 총 7% 늘었으며 초진환자는 약 20% 증가하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 환자들은 당일 타과 협진 즉,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컸다.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니 의료진의 만족도 또한 높아졌다.
신찬수 센터장은 "병원 공간부족 때문에 별도 센터 공간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의료진간 협진 의뢰를 통해 환자의 진료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2018년도 첨단외래센터가 건립되면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면서 "장기적인 계획으로는 뇌하수체 센터를 통한 연구를 코호트, DB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