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으로 학문 영역을 확대하고 외적으로는 재활전문병원 제도 도입에 힘쓰고 있는 의사회 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봉직의사를 품으며 외연을 확대한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는 4일 서울 그랑서울 나인트리 컨벤션에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 '뇌신경 재활' 분야를 새롭게 개설했다.
이상운 회장은 "뇌신경재활학회 제안으로 개설했는데, 회원 호응이 없으면 어떡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며 "재활의료가 많이 활성화, 이슈화된 데다 봉직의 회원이 많이 늘어나면서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활 분야에서 뇌신경 재활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중요하다"며 "고령화 시대로 가고 있는 만큼 재활치료 요구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뇌신경 재활치료 세션은 10명의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들의 강의로 꾸려졌다. 뇌졸중 후 상지운동기능 및 일상생활 동작 수행기능의 회복, CPSP의 진단 및 치료, 뇌졸중 후 기능 회복을 돕기 위한 약물치료, 삼킴 장애의 평가 치료 수가 청구 등이 다뤄졌다.
이 회장은 "의사회가 의원을 기반으로 성장한 만큼 과거에는 물리치료실, 통증, 스포츠의학, 도수치료 등이 주로 다뤄졌다"며 "봉직의 등이 참여하니 중추재활, 편마비, 하반신마비 등 관심분야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민성기 부회장도 "예전에는 개원을 하면 환자 몇 명 보는지가 개원 성공의 척도였다"며 "지금은 개원 형태가 단순 치료부터 특화까지 스펙트럼이 세분화, 다양화돼 있기 때문에 체계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급성기 병상 제로…재활병원 성공 필요조건은? "수가"
재활의학과의사회는 외연 확대를 통해 내적으로 학술 영역을 강화했다면 외적으로는 이른바 '재활난민'을 없애기 위한 제도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함께 고민하고 있는 '재활병원'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아급성기 환자가 치료받을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제도가 배로 재활병원 제도라는 게 재활의학과의사회의 생각이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재활병원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하에 구체적인 모형 설정, 수가 등을 설계하고 있는 상황.
이상운 회장은 "우리나라에는 아급성기 환자를 위한 병상은 하나도 없다"며 "질병 경과상 급성기병원을 갔다가 요양병원을 가는 2가지 단계가 전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올해 3월 2025년까지 8만병상 수준의 아급성기 병상을 25만병상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며 "시범사업은 뇌손상, 뇌졸중, 척추, 편마비 등 중추신경재활 영역으로 좁혀서 우선 시행한다는 계획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활병원 시범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가'가 반드시 주어져야 하며 성격이 비슷할 수 있는 요양병원과의 역할 정립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요양병원 경우 최고도 치료를 해야지만 수가가 올라가는데 재활은 환자의 최악(최고도)의 상황을 경도로 낮춰야 하다 보니 수가가 깎이는 형태가 된다"며 "적정한 수가 보상이 뒤따라야 참여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장애는 1%만 있어도 환자 본인에게는 50~60%의 고통으로 다가온다"며 "의사는 장애인한테 보다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데 아무래도 재활 분야에서 요양병원과 재활병원의 목표가 다를 수 있다. 역할 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래를 위한 고민도 이어졌다. 알파고 시대, 새로운 재활의료기기 도입을 위한 상설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제도에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못하면 비급여로도 환자에게 돈을 받을 수 없다"며 "신의료기술 평가가 너무 엄격하다. 두세 번씩 인증을 거부 당한 의료기기들도 많다. 신의료기술 도입에 대한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의료기술은 계속 발전하는데 개발해놓으면 수가도 없고 판로도 없다"며 "같은 의료기기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거품을 걸러내고 정직한 의료기기를 빠르게 제도권에 들여놓을 수 있도록 인증하는 상설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