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앞둔 의료인c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자생력이다. 혼자 힘으로 일어설 기반으로 안내하는 '타인 앞에 말하기', '주의주장 쓰기', '속지 않는 보기', '그러나 조금은 손해 보는 듣기'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기본기다. 앞으로 4회에 걸쳐 소개한다.
타인 앞에 말하기는 말을 '듣는 사람'이 있고, 전달하는 '내용'이 있고, 나라는 '말하는 사람'이 서로 삼각편대를 이룬다. 일대일로 사적인 이야기를 하건, 그룹회의를 하건, 일방적인 연설을 하건 타인 앞에 말하기의 원칙은 같다.
첫째, 탈출구를 미리 준비한다. 전문분야 전공자는 훈계하듯 말하기 쉽다. 그것도 길게. 여기에는 몸짓도 포함된다. '나는 다 아는데 당신은 모르고 있군요'를 의미하는 눈빛을 보낸다. 조언을 얻으러 갔다가 마음에 상처만 입는다.
샌드위치 기법이라는 것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업계에서는 이미 알려진 대화의 기술이다. 실수를 발견하면 우선 그 사람이 잘한 일에 대해 이야기한 후, 실수를 명확히 지적하고, 마지막으로 그 사람의 장점을 이야기하며 마무리하는 것이다. 도망갈 구멍까지 막아버리고 공격하면 상대는 더욱 맹렬히 반발한다. 언쟁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상대를 인정하는 내용이 들어가는 것이 좋다.
둘째, 듣기를 바라는 것과 말하는 것을 일치시킨다. 피츠버그대 국제정치학과 D. 골드스타인 교수의 가르치는 말하기 방식을 참조해보자.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언제나 조심스럽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을 강의할 때, 나는 1941년의 정의가 지금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은 역사 수업에서 특히 중요하다. 나는 오늘 히틀러가 되고 내일 무솔리니가 된다. 나는 내 수업이 살아 숨 쉬도록 연출하고 싶다."
"많은 선생들이 강의계획서를 아주 거창하게 만들고, 그 계획서에 얽매여 수업 시간 내내 책만 줄줄 읽어주는 바람에 학생들을 좌절에 빠뜨리고 있다."
듣는 사람이 바라는 것과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청자가 듣고 싶어 했던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절묘한 줄타기다. 국제정치학이든, 보건의료든, 경영학이든 가르치는 말하기의 본질은 같다.
셋째, 청자의 20%가 적(敵)임을 인식한다.
청자의 절반만이라도 내 이야기에 공감한다면 무난한 말하기이다. 어디서 이야기를 하건 별 다른 이유 없이 찬성하는 쪽은 있기 마련이다. 경험상 10분의 1은 그렇다. 그러나 어떻게 말하건 또 다른 10분의 1은 무관심하고, 무작정 반대하는 10분의 1이 있다. 타인에게 말하기의 핵심은 무관심하거나 무작정 반대하는 20%를 적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청중의 20%는 항상 나의 적이라 생각하고 실수하지 않는 실전 말하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실수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가 어미를 선별하는 것이다. 애매한 표현은 말하고자 하는 주의주장의 논리를 약하게 만들고 청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발표자인 나보다 해당분야에서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가 듣는다고 가정해보라. 더 철저히 준비할 것이며 표현도 명확해질 것이다. '∼같습니다'와 애매한 표현을 썼다가는 성질 급한 청자는 자리를 뜰 것이다.
말주변이 없다고, 눌변(訥辯)이라고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목소리가 안 좋다고, 말하는 게 쑥스럽다고 준비도 안 한다. 침묵은 겸손의 다른 표현이라며 오히려 입을 잘 열지 않는다. 글로 쓰면 알아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이야기했으니 전달될 거라며 추측한다.
언변이 수려한 사람과 이야기하고 돌아서면 남는 게 없다고들 한다. 사기꾼 같다며 시기한다. 훌륭한 사람 중에 어눌한 말투를 가진 사람도 있다며 위안을 삼는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말 잘하는 것이 기존의 것을 빛나게 하는 플러스알파 요인이라는 점이다. 일생에 한 번은 투자해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