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원의 A씨는 최근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서울 K대학병원 장례식장 10년 임대 조건으로 보증금 50억원, 월 임대료 1억5000만원, 병원발전기금 10억원, 알선수수료 5억원을 제안받았다. A개원의는 알선수수료 부담이 컸지만 파격적인 조건에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중개업자와 거래를 진행할수록 개원의 A씨는 혼란스러워졌다. 중개업자는 K대학병원 이사장을 만나게 해준다고 했지만 약속 당일 이사장이 급한 약속이 생겼다며 혼자 나왔다. 이어 알선수수료 5억원은 세금 처리도 불가능하다고 둘러댔다.
심지어 K대학병원 측에 장례식장 임대 여부를 확인한 결과 그런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개원의 A씨는 결국 투자를 포기했다.
최근 개원의 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상대로 장례식장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있다. 문제는 정작 해당 병원은 이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병원에 대한 이미지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례식장이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시중에 유포되면서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B대학병원 관계자는 "임대 계획 자체가 없는데 병원 직영 장례식장을 임대한다고 소문이 나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심지어 병원 고위 관계자를 만나기로 했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우리도 모르는 일들이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C중소병원 원장도 "장례식장 임대를 놓긴 했는데 투자자와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알선수수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금액이 너무 과한 수준이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주변 지인을 통해서 임대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알선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계약이 여러 번 무산됐다"며 "괜히 병원까지 불투명한 거래를 하는 집단인 것처럼 비춰져 마음이 불편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소문은 장례식장을 임대하는 관행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사시설 전문회사 메모리얼소싸이어티 유성원 대표는 "병원 장례식장 임대를 놓을 때 부동산 범주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공인중개사 등에 의뢰하는 게 아니라 지인을 통해서 인적 소개로 임차임대가 진행되는 게 다반사"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인을 통하는 과정에서 이권이나 브로커가 개입해 임대인도 모르는 임대조건인 알선수수료가 붙게 된다"며 "공인중개는 법정 수수료가 있는데 비공식 채널은 수수료가 너무 커 장례식장을 임대하는 병원 이미지도 함께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해결책은 투명한 거래다.
유 대표는 "전국 1000개의 장례식장 중 70% 이상이 직영이고 나머지 30%가 위탁운영인데 장례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장례식장 임대 소식이 빠르게 퍼진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거래 과정에서 브로커와 일을 진행하다 보니 병원이 알고 있는지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또 "가능한 투명하게 거래를 해야 한다.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장례식장 임대차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병원 대표 등 당사자 확인을 꼭 거친 후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