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 전임의로 남아 스펙을 쌓기 보다 강호의 고수들을 찾아 술기를 배우는 실속파 새내기 전문의들이 늘고 있다.
대학병원에 남아 아래 위로 치이며 기약없는 교수 자리를 노리기 보다 실전을 배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 이로 인해 수업비까지 내면서 제자를 자청하는 전문의도 늘고 있는 추세다.
관절 분야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A원장은 최근 제자로 4명의 전문의들을 맞이했다.
이들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간 A원장의 수술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그의 노하우를 배우게 된다.
특이할만한 점은 이들이 스스로 찾아와 수업비까지 내면서 A원장의 제자를 자청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서로 제자로 들어오겠다고 밀려들면서 번호표까지 뽑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A원장은 "이미 병원을 통해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고 있다"며 "이들에게 받는 수업비가 나에게 뭐 그리 큰 의미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내 술기를 배우러 오는 전문의들을 보면 개원했다가 접은 사람부터 유명 대학병원 전임의 출신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또 한번의 기회를 잡으려 온 만큼 본전 생각나서라도 열과 성을 다해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에서 마련한 방안"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렇게 A원장에게 술기를 배워 나간 전문의만도 이미 6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전국에 흩어져 배운 술기를 바탕으로 개원 시장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A원장은 이들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 받으며 그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그들 또한 높은 충성도를 보이며 새로운 수술법이 나올때 마다 A원장을 찾아 또 한번의 수업을 받는다.
A원장은 "뿌리가 나에게서 퍼져나간 만큼 처음에는 네트워크병원 형식으로 같은 브랜드를 공유할까 생각도 했지만 이 또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점점 더 큰 스터디 모임을 구축하고 있다"며 "나에게 수술을 배워 안착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어깨 분야에서 유명한 B원장도 일부 제자를 두고 있다. 이 제자들은 부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간단한 진료를 보긴 하지만 사실상 B원장의 제자들이다.
이들은 간단한 정형외과 진료를 보면서 B원장의 수술에 참여하거나 참관을 하고 있다. 진료와 수업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B원장은 "처음에는 친구 아들 등 인맥으로 한두명씩 술기를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아무 연고도 없는 전문의들도 수차례씩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며 "굳이 숨겨야할 부분도 아닌 만큼 병원 식구가 되면 수술에 참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물론 경쟁자를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더 넓게 본다면 우리나라 의료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되는 것이 아니겠냐"며 "사실 대학병원에서 해야할 일이지만 누구라도 할 수 있으면 된 것 아니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