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확산이나 전쟁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공공제약사 설립·운영의 구체적인 제안이 나왔다.
특허의약품의 위탁 강제 생산, 원가보전이 아닌 생산량 보증, 공공 R&D센터 설립을 통한 의약품 개발 등이 운영 방안으로 제시됐다.
21일 더불어민주당 권민혁 의원과 환자단체연합회 등의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공공제약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번 공청회는 감염병 확산이나 전쟁 등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공공제약사 설립의 당위성을 밝히고 그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의약품 공급 중단의 사유 중 가장 높은 비율(49%)을 차지한 것은 약가의 수익성 때문.
제약사가 수익성을 이유로 의약품 공급을 중단해도 10일 이내에 사유를 보고하면 될 뿐 제약사에게 생산을 강제하거나 의약품 공급이 중단됐을 때 의약품을 바로 투입할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 백신 자급률은 2016년 현재 39%에 불과. 일본은 59%, 미국은 100%로 필수예방접종백신 17종 중 7종만 생산이 가능하고 대테러 예방백신 4종 중 2종만 생산 가능하다. 상당수 백신들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권혜영 목원대 의생명보건학부 교수는 "소수 질환이나 이윤성이 없는 질환의 치료약 개발에 제약사가 소극적이다"며 "의약품의 접근성 보장은 건강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정부의 책임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이 포기한 영역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필수성이 큰 의약품 중 안정적 공급이 필요한 영역을 목록화해야 공적 개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생산, 공급단계에서부터 공급예측에 대한 정보관리 및 공개를 하고, 유통단계에서 병행수입·강제실시·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직접생산과 같은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게 권 교수의 판단.
권 교수는 공공제약사의 구체적 설립 방안으로 위탁제조업과 수입업, 제조업으로 구분해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권혜영 교수는 "단기적으로 위탁제조업에서는 특허의약품의 강제실시를 통한 위탁생산과 특허만료의약품의 위탁생산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원가보전이 아닌 생산량 보증 방식과 남은 물량에 대한 ODA 사업 연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입업에서는 특허의약품의 강제 실시를 통한 제네릭을 수입해야 한다"며 "특허의약품의 병행수입과 특허만료의약품의 수입도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계획으로 cGMP 시설에서 특허의약품의 직접 생산하고 공공 R&D 센터 설립으로 필수의약품이 연구개발 및 생산이 필요하다는 게 권 교수의 제안.
정혜주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우선관리대상의약품 목록을 설정할 것을 제시했다.
정 교수는 "수익성 문제나 수요·판매 부진, 계약 종료 등을 이유로 공급이나 생산이 중단된 의약품이 총 135품목이다"며 "이중 52품목은 동일성분의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대체약물이 확인된 것이 64품목이고 대체 품목이 없어서 모니터링 중인 의약품이 12품목이다"며 "특히 이들 중 동일성분의 대체의약품이 없는 76품목에 대해서는 공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수입과 비축, 유통에 있어서는 도매 수준부터 개입이 필요하다"며 "공공수입 도매상 및 요양기관 중 약구의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장우순 한국제약협회 보험정책실장은 "희귀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데는 적극 공감을 한다"며 "하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견해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공급 불안은 제약선진국과의 기술 격차와 원료 수급 불안 등에 원인이 있다"며 "이미 대체제가 없는 희귀의약품의 경우 복지부는 행정지도의 방식으로 제약사의 생산을 권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