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원 형을 받았지만 이를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박 모 씨.
그는 구치소 수감 17일만에 말기신부전으로 형집행이 정지됐다. 그리고 약 20일만에 좁쌀결핵 및 폐렴으로 사망했다.
박 씨의 유일한 상속인인 딸은 구치소 의무관이 결핵을 조기에 발견 못해 아버지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6년여에 걸친 국가와의 법적 다툼 결과는 원고 패.
박 씨는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를 앓고 있었고 루푸스 신장염에 의한 만성신장질환으로 신장장애를 얻은 2급 장애인이었다.
구치소에 수감되기 한 달 전에는 담낭절제술을 받았고, 왼쪽 슬관절 천자를 받았다.
구치소 수감 17일 사이 박 씨는 무릎통증을 꾸준히 호소하며 의무관에게 12회에 걸쳐 진료 및 해열, 진통, 소염제 처방을 받았다. 그리고 경기도 안양시 한 내과에서 만성신부전 진료 및 혈액투석을 7회 받았다. 의무관들은 이 과정에서 결핵을 의심하며 흉부 X-레이 촬영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1심과 2심 법원은 구치소 의무관이 환자 보호의무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9423만원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씨는 결핵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을뿐만 아니라 구치소 수감 전부터 결핵균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흉부 X-레이 검사나 혈액검사를 시행하는 등 방법으로 결핵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해 적절한 의료조치를 할 보호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상황은 올해 3월 대법원에서 반전됐다. 2심 결과를 파기환송한 것이다.
파기환송심을 담당한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창형)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박 씨는 응급실에 실려가기 약 2주 전부터 기침 등 증상이 간간이 있었지만 의무관이나 투석 담당 내과 원장에게 증상을 호소하지 않았다"며 "좁쌀결핵 증상인 고열, 체중감소, 식욕부진, 발열 등이 있었다는 기록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쪽 무릎 통증만을 근거로 결핵성 관절염을 의심하기 어렵다"며 "의무관들이 박 씨의 질환을 알고 있었더라도 무릎 통증을 이유로 결핵 감염 여부를 의심해 흉부 X-ray 검사 등을 시행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거나 의무를 위반해 좁쌀결핵을 조기 발견 못한 데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