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년간 병원경영 관련 연구 및 보고서를 발간해 온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11월을 기점으로 문을 닫을 전망이다.
지난 5월 임기를 시작한 대한병원협회 홍정용 회장이 수십년간 유지해 온 병원경영연구원과의 관계를 청산한 데 따른 것.
최근 대한병원협회 홍정용 회장에 따르면 한국병원경영연구원에 대한 (연구용역 등)지원을 끊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오는 11월말 만료되는 임대계약에서 재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홍 회장은 "최근 신임평가센터 직원 수가 늘어나면서 공간이 부족해졌다"면서 "현재 연구원 공간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병원경영연구원은 병원협회가 2년단위로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 식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홍 회장이 임대 계약 연장까지 중단하면서 연구원이 존폐위기를 맞았다.
게다가 병원경영연구원 터줏대감이자 실질적으로 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이용균 실장이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병원경영연구원은 해체직전 상황에 몰렸다.
즉, 수십년간 병원협회와 역사를 함께 해온 병원경영연구원이 문을 닫기 직전에 이른 것이다.
홍 회장은 "병원경영연구원=병원협회 입장이라는 인식이 강해 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자료에 신뢰도가 낮아 정부와의 협상에서 설득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결별 이유를 밝혔다.
병원협회 재정 상황이 안좋은 것도 또 다른 결별 이유다.
그는 이어 "병원경영연구원은 협회 연구용역 이외 재정적 자립도가 워낙 낮다"면서 "특히 협회 재정 상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연구원에 발주하던 연구용역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병원경영연구원은 지난 7월 실시한 병원협회 워크샵에서 이용균 실장은 연구원의 재정자립도를 현재 40%에서 50%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홍 회장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했다.
앞서 병원협회는 수가협상 등 병원계 주요 현안과 관련 연구용역 대부분을 병원경영연구원에 발주해왔다.
한때 병원협회가 추진하는 정책적 근거자료를 마련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던 병원경영연구원이지만 시대가 바뀐 탓일까. 협회 내부로부터 존재의미를 설득해야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용균 실장은 "병원경영연구원이 해온 역할이 있는데 단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되니 할 말이 없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상부에 사직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병원계 한 인사는 "의사협회도 한의사협회도 산하에 연구원 조직을 두고 정책개발 등에 활용하는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무엇보다 20년 가까이 병원경영연구원이 쌓아온 노하우가 사라지는 것은 병원계 전체로서도 손실"이라고 했다.
또 다른 원로 인사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직은 바뀌는 것이다. 과거에 필요한 조직이 계속 유지되라는 법은 없다. 바뀔 수 있는 문제"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