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증상의 환자에게 감기약을 처방하고 폐렴구균백신을 접종했다 의료소송에 휘말린 의사가 있다. 환자가 뇌출혈로 사망한 것.
유족들은 의사가 처방한 약과 예방접종 때문에 뇌출혈이 일어났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의사에게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1민사단독(판사 임성철)은 최근 뇌출혈로 사망한 환자 김 모 씨의 유족이 서울 S의원 배 모 원장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김 씨는 폐결핵 병력이 있고 심방세동으로 항부정맥용제(Tambocor), 혈관확장제(lsoptin), 항응고제(Warfarin)을 투여받고 있었다.
배 원장은 감기 증상으로 내원한 김 씨에 대해 혈압과 체온, 심전도 검사를 한 후 급성 비인두염(감기)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트라몰정 325mg, 뮤코라제정 1정, 덱스핀정 1정(1일 3회, 3일분)을 처방하고 성인용 폐구균백신 프리베나13주를 접종했다.
이틀 후 김 씨는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고,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뇌 CT 촬영 결과 급성 경막하 뇌출혈 소견이 있었지만 항응고제 복용 중으로 수술이 곤란해 경과만 관찰해야 했다. 김 씨는 병원에 실려온 다음날 뇌출혈로 결국 사망했다.
유족은 배 원장이 처방한 감기약과 폐렴예방접종이 김 씨의 뇌출혈을 일으켰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예방접종 당시 사전 예진표를 작성하지 않았고, 폐렴백신 허가사항 중 금기 내지 경구, 신중투여 등의 주의사항 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트라몰정 등을 처방했다는 것이다. 항응고제 복용 환자가 뮤코라제를 복용하고 폐렴백신을 맞으면 출혈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씨는 과거 다른 의원에서도 뮤코라제 성분의 약을 처방받았지만 출혈 등이 발생하지 않았고, 뮤코라제 사용 후 출혈합병증이나 뇌출혈 발생 사례 보고는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또 "항응고요법 중 폐렴구균백신을 근육주사했을 때 근육 내 출혈에 의한 혈종 형성이 문제 될 수 있지만 급성경막하 출혈과 같은 뇌출혈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며 "만성 심장세동이 있는 환자는 예방접종 가이드에서도 폐렴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 원장이 김 씨에 대해 폐렴백신 예진표를 작성하지 않았지만 과거 병력과 혈압, 체온 및 심전도 측정해 기록해 놨다"며 "일차의료기관으로서 기본적인 환자 상태는 문진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