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서 그러는데 전에 받은 처방전으로 한장만 더 끊어 주세요."
환자의 다급한 요청에 신규 간호조무사는 처방전을 발행했다가 결국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간절한 눈빛으로 도움을 요청하던 환자가 파파라치로 돌변한 것.
최근 일선 병·의원에서 환자가 파파라치로 돌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빈번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위 병원 사례 또한 환자의 편의를 봐주다가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졌다.
사건의 배경은 이렇다. 환자 A씨가 내원해 의사 진료 없이 기존과 동일한 처방전 발행을 요구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급해 진료를 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다급함을 호소했고 마침 병원 시스템을 잘 파악하지 못한 신규 간호조무사는 혹여 환자 민원이 커질까 싶어 환자의 요구를 들어줬다.
하지만 환자는 돌변해 보건소와 경찰서에 이를 신고했고 결국 해당 병원은 의료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원칙을 지키지 않은 병원도 잘못이지만 예외적으로 환자의 사정을 배려하다가 행정처분을 받은 병원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병원 이사장은 "신규 간호조무사가 경험이 부족해 환자의 편의를 봐주다 보니 발생한 실수인데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하는 것은 너무 하지 않느냐"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중소병원장은 "사실 어떤 병원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의료기관마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서로 최종원 변호사는 "이 경우 소송으로 가더라도 병원이 해당 환자가 신고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처방을 요구한 사실을 입증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면서 파파라치를 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위 사례의 경우 해당 환자가 신고 전에 의사 진료 없이 처방전을 임의로 재발급하는 게 의료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고 접근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의료법 위반 소지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병원 관계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파파라치가 될 수 있는 구조"라면서 "병원장은 직원과의 관계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