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만성B형 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성분명 엔테카비르) 특허 무효 소송에서 대법원이 투여용법·용량을 특허 요건으로 인정한 것과 관련, 현직 특허심판원 심판장이 특허 범위-의료행위의 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투여 용량 및 용법이 특허로 인정됨에 따라 의사들의 의료행위가 특허 침해로 번질 소지가 있어 의사 면책 규정을 입법화해 특허 효력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9일 서을수 특허심판원 심판장은 투여용량·용법을 구성요소로 하는 의약용도 발명의 특허 대상 여부 보고서를 통해 "투여 용량 및 용법은특허 대상이 되는 것이 마땅하고 이에 따라 의사의 면책 규정 입법화도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앞서 제일약품은 BMS의 B형 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의 물질특허 만료(2015년 10월) 전 특허심판원에 소극적권리범위 확인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핵심 쟁점은 투여 용량과 투여 주기를 확인대상 발명의 구성 요소로 볼 수 있느냐는 것. 당시 BMS는 제일약품이 특허심판원의 승소 심결을 얻자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서을수 심판장은 "신약에 대한 개량특허화 관련해 각 유형벌로 다양한 쟁점들이 있지만 최근 문제가 되는 것이 투여 용량 내지 용법과 관련된 발명이다"며 "그간 우리나라 특허심사 실무는 투여용법이 의료행위와 가까워 특허 보호대상인 기술구성으로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투여 용량 및 용법도 발명의 구성 요소로 보고 이를 포함해 특허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며 "이는 용법, 용량이라는 의약용도가 부가돼 신규성과 진보성 등 윽허요건을 갖춘다면 새롭게 특허권이 부여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의약물질의 약리효과와 의약으로서의 새로운 용도를 대상으로 하는 '의약용도 발명'은 특허법에 명시적인 규정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 유럽,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가 특허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서을수 심판장은 "의약용도 발명은 의약적 활성을 갖는 특정 물질을 특정 질병의 예방 내지 치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발명으로,글자 그대로 사용하는 방법 즉 용도발명으로 봐야 한다"며 "특허법에 별도 규정이 없어도 용도발명을 방법발명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특허법에서 발명의 유형을 방법, 기계, 제품, 조성물 또는 이들의 개량 발명으로 구분한다"며 "방법에는 조성물 또는 물질을 새로운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여 용량과 용법 관련 의약용도 발명을 특허로 보호할 지 여부는 각국의 입장차가 있다"며 "미국과 일본은 특허의 대상이고, 유럽도 최근유럽특허청 확대심판부를통해 투여용법도 특허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투여 용량 및 용법의 특허 인정에 따른 의료행위의 특허침해 가능성의 해결 방안도 언급됐다.
서을수 심판장은 "투여용법, 용량이 특허대상에 포함되면 해당 특허권의 효력이 불가피하게 의사의 의료행위와 충돌할 수 있다"며 "특히 투여용량 관련 의약용도 발명을 물건의 발명으로 보게 되면 용법, 용량과 관련된 의료행위까지 효력을 미치는 상황을 막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한국표준산업분류 등에서 보듯 의료업 또한 산업 분야로 구분되고 있어 판례적 해석만으로 의료행위를 산업상 이용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의사 면책 규정을 입법화해 특허의 효력을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