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검진에서 문제없었으니까 무조건 약만 처방해주세요!" 70대의 남성 환자가 의사에게 요구한다. 이때 의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정보의 홍수 시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인터넷 정보를 적어와서 질문을 하는 환자에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이현석 회장은 초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환자가 무리한 요구를 할 때는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의사의 설명의무가 법제화 되고, 신해철법이 본격 시행돼 의료소송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환자와의 소통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의사들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특히 일차의료기관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는 일본의 한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환자가 선호하는 병의원의 특징에 대해 조사를 한 결과 10명 8명이 의사와 의사소통이 된다를 1순위로 꼽았다. 통원의 편의성이 좋다, 의사가 치료법에 관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의사의 태도와 말씨가 자상해 호감을 느낀다, 친지나 통원환자 사이에 평판이 좋다는 순으로 나타났다.
외래 환자의 선호도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의료기술이 높은지, 의료사고나 원내감염 등에 대한 안전 관리에 가장 신경 쓰고 있었다. 의사와의 소통은 그다음이었다.
이 회장은 "일차의료기관일수록 초진 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환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환자의 호소와 신세타령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처음 1분 경청이 중요하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나중에 환자의 행태를 교정하기는 매우 힘들다"고 운을 뗐다.
이어 "질환이나 치료방법을 설명할 때도 환자가 이해했는지 중간중간 확인해야 하고 환자 스스로 치료법을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환자가 잘못된 정보를 갖고 왔을 때는 특히 주의 깊게 설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선 사례에 대해 이현석 회장은 어떤 답을 제시하고 있을까.
그는 "첫 번째 사례는 모든 과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검진은 가장 기초적인 검사라서 한계가 있음을 설명하고 경제적 이유가 원인일 수 있으므로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비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또 "과하게 정보를 검색해 오는 환자가 있다면 먼저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성이 대단하시네요'라고 칭찬을 한 다음 논리적으로 환자가 제시한 정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 된다"며 "그래도 환자가 납득하지 않는다면 다른 의사를 판단을 들어보자고 타 병원 진료를 유도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 외에도 황당한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는 부지기수. 이 회장은 구체적은 사례를 제시하며 유연한 대처법을 귀띔했다.
문제가 없어 보이는 젊은 남성이 발기부전제 처방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회장은 "영업 등의 목적으로 발기부전제를 모으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며 "발기부전제가 성욕과 무관함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증상을 물어봐서 실제로 그 환자에게 필요한지 를 확인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검사를 권하면 다른 목적으로 구입하려는 의지를 꺾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의 무리한 요구는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당장 편의를 위해 원칙을 양보하면 점점 더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반말인 듯 아닌 듯 답하는 환자의 말투에 불편함을 느끼더라도 환자와 같이 반말을 하면 분쟁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존댓말을 유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더불어 간단한 문진만 하고 진료가 끝났을 때 진료비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상담과 같은 정보의 이용은 공짜라고 생각하는 것은 농경사회 특징으로 우리의 문화"라며 "문진과 상담도 진료의 일부"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문진과 상담도 진료라는 것을 설명하고 해당 질환에 대한 설명서가 있다면 환자에게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