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10년 묵은 의사윤리지침 개정 작업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결과물을 내놨다. 앞으로의 과제는 많은 의사들에게 알리고 실행에 옮기도록 만드는 것이다.
의협은 16일 의협회관에서 공청회를 갖고 의사윤리지침 및 강령개정TF팀(위원장 김국기, 이하 의사윤리TF)이 만든 의사윤리지침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지난해 10월, 18명으로 꾸려진 의사윤리TF는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가지며 1년이 넘도록 의사윤리강령과 지침 개정 작업을 진행했다. 이 작업은 2006년 이후 10년 만이다.
강령은 선언적인 의미를 강화하고 지침은 좀 더 자세히 했다. 새로 발생하고 있는 윤리 문제들을 포함하고 장기이식, 연구윤리 등은 축소했다.
민감한 부위 진료시 제3자 입회 허용, 일명 샤프롱 제도부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음주 진료나 리베이트 수수 금지, 쇼닥터 문제 등을 대거 지침에 포함시켰다.
동료 의사의 잘못에 대한 대응을 규정한 조항도 넣었다. 동료 의사가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 행위를 하면 그것을 바로잡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구체적 내용이다.
의사윤리TF 박석건 위원(단국의대)은 "음주진료, 리베이트, 유령의사, 쇼닥터 등의 문제로 의사 집단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저하됐다"며 "내부적으로는 정화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외부에서는 법만능주의식 거친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윤리지침 개정 반대 목소리도 있었다"며 "의료시스템이 열악하고 명시적으로 규정해 놓으면 번거로우며 윤리지침에 규정한 내용이 법적 규제의 빌미가 된다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적인 자율규제가 거친 타율규제 보다 낫다"며 "열악한 의료보험 제도가 윤리 무시의 변명으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며 윤리지침 개정의 의미를 밝혔다.
"역사적인 개정 작업" 자평 속 "공유·실천 뒤따라야"
공청회 참석자들은 윤리지침이 보다 구체적으로 시대 상황을 반영해 개정된 것은 처음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의대 김옥주 교수는 "이번 윤리강령 및 지침 개정 작업에는 동료 의사의 잘못을 고발하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의사들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높였다"며 "우리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지침'에서 끝날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알려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명진 전 한국의료윤리연구회장은 "윤리지침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무리 잘 만들어도 공유가 안되면 소용없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각 분과별, 진료과목별로 윤리지침을 참고해 세분화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과대학, 졸업 후 전공의 교육, 전문직업성 평생교육(CPD)에 들어가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학회 권건영 부회장(계명의대 동산의료원)도 지침의 '실행'을 강조하며 연구윤리의 중요성을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권 부회장은 "의대에서 윤리교육을 하고 있지만 강화해야 하고 전공의 수련 과정에더 윤리교육이 실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해 늘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운영 과정에서 생각할 수 있는 윤리적인 부분을 넣어야 한다"며 "회원 전체를 위한 지침이라면 연구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꼭 필요한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의협 추무진 회장 역시 윤리강령 및 지침은 다수의 의사들이 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이를 대의원회에 보고하는 절차를 제안했다.
추 회장은 "윤리지침 개정 절차에 대한 선례를 보면 상임이사회 의결만 받으면 시행이 가능하다"면서도 "보다 많은 회원이 공유하고 같이 (지침을) 지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의원 총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