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환자가 진료실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애니메이션 화면. 나갈 때는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도 손등에 찍어준다.
병원이 낯설고 무서운 어린이 환자를 위한 대구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진 과장(환자경험관리실장)의 작은 배려다.
김 과장은 "진료를 시작하기도 전에 울음을 터뜨려 제대로 청진도 못하고 보호자에게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에게 조금 더 친숙한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방법들"이라고 운을 뗐다.
그의 진료실에는 컴퓨터 모니터가 3개 있다. 2개는 진료에 사용하고 한 개는 애니메이션 영상이 나오게 해둔다. 물론 소리없는 화면만이다.
그는 "아이들이 영상에 빠져들면 의사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얌전히 진찰을 받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아이들의 연령과 성별에 따라 동영상 종류를 바꾸기도 하고 특히 많이 우는 아이에게는 만화 주제가나 음성도 들려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끔은 진료가 끝나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진료실에서 안나가려고 우는 아이도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애니메이션 영상 다음에는 캐릭터 도장이었다. 그는 '참 잘했어요'라는 문구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두개의 도장을 번갈아 가며 진료를 마친 어린이 환자 손등에 찍어준다.
김 과장은 "진료실을 들어오자마자 도장부터 찍어달라는 아이들이 생기고 다른 과에서 진료를 보고 난 후에도 제 방에 달려오는 아이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료 후 처방을 입력하느라 도장 찍기를 잊기라도 하는 날에는 아이가 옆에서 손등을 내밀고 있기도 한다"며 "도장이 지워질까봐 다음날까지 손을 안 씻는 아이도 있었다"며 그의 경험을 들려줬다.
동영상도, 도장도 안통하는 '울보' 환자를 대하는 노하우도 있었다. 동물그림이 그려진 비타민 사탕을 손에 쥐어주는 것.
그는 "작은 도장 하나가 이런 멋진 경험을 주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환자 경험 관리는 사소한 관심에서 시작한다"며 "앞으로 귀여운 인형을 진료실 곳곳에 장식해 재미있는 방을 만들어 보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