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와 노동자는 바람직한 임금 상승률을 두고 매년 이견을 보인다. 그런데 갈등의 골이 깊은 협상은 그 자체로 가시밭길이다.
쉽사리 봉합되지 않는 이들의 갈등이 미국, 유럽, 일본 등 외국에 적을 둔 다국적제약기업 한국지사들이라고 얘기가 다를까.
다국적제약사 이른바 외자사도 다를 바 없었다. 새해부터 소통의 부재에 씁쓸해진다.
선진적 조직문화로 해마다 '일하기 좋은 직장'에 뽑히지만, 임금협상 때만 되면 둘 사이는 삐걱거린다. 노사 아우성이 터져나온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내홍 끝에 어렵사리 임금협상을 타결한 곳은 현재 쥴릭파마와 바이엘코리아 두 곳에 그쳤다. 바이엘은 4% 선의 임금인상률로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한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다케다 등은 여전히 노사공방을 벌이는 상황.
지난 10일 노조의 단체집회가 열린 한국다케다제약 삼성동 사옥 앞에선, 임금협상에서 불거진 노사갈등의 아쉬운 단면이 드러났다.
임금상승에 대한 직군별 차등과 불투명한 평가 정보공개, 재무 비리의혹에 까지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답답함이 많다는 얘기였다.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겠다"는 사측의 입장과 사뭇 다른 분위기.
노조관계자는 "정당한 임금을 책정해야 한다는 데 투쟁을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성과보상이나 내근직과 영업직의 직책수당에 차등을 두는 등 문제가 많이 확인됐다"면서 "하다못해 신약이나 계약건 인사절차, 평가기준 등 기본적인 정보마저도 외부에서 듣는 경우가 더 많으니 말이 되냐"고 심정을 토로했다.
결국 회사 내부 정보의 공정성이 무시되니 직원들 사이엔 '밀실경영'에 대한 의혹까지 불거져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회사 앞 피켓시위를 예고한 제약사관계자는 "한국 지사에 부임한 외국인 사장부터가 잠시 출장 형식으로 왔다간다는 인식이 강한데, 상식적으로 한국지사 내부상황에 큰 관심이나 있겠나"고 푸념했다.
알제리 출신의 작가 알베르 카뮈는 다양한 작품에서 '부조리를 의식하며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세세히 다룬 바 있다. 카뮈의 말대로 부조리한 상황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 한다면, 부정을 극복하려는 '저항정신'은 선순환을 위해서도 필요할 것이다.
노사 소통의 부재가 낳은 임금갈등. 단순히 개인을 위한 몇 퍼센티지 임금 인상에 목을 매는 게 아니라면, 투명성이 확보된 올바른 조직문화 정착에 구조적 쇄신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