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사·외국수입사로 이뤄지는 공급사들은 치료재료를 의료기관에 직접 판매·유통하거나 유통사에 속하는 대리점 또는 제3자 물류에 위탁한다.
대표적인 유통사인 대리점은 ▲국내총판·지사 ▲지역대리점 ▲의료기기상 ▲직영도매 등 여러 형태로 존재하며 공급사로부터 유통비·영업비·매입수익 등 명목으로 약 20~30%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판을 하는 공급사나 위탁판매를 하는 대리점·물류사들은 또 다른 유통단계를 거친다.
흔히 간납사로 불리는 GPO(구매대행업체)와 단가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로 지불해야 제품을 병원에 납품할 수 있는 것.
GPO와 계약을 체결해 제품을 공급한 후에도 숙제는 남아 있다.
공급사·대리점들은 병원 내 수술실 등 곳곳에 쌓여 있는 치료재료 가납재고를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의료기기통합물류기업 ‘온타임솔루션’ 오광신 이사는 메디칼타임즈가 주최한 ‘의료기기 추적관리와 UDI 도입 실행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복잡한 유통구조와 가납재고라는 특수성 때문에 국내 치료재료시장은 3가지 이슈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오 이사가 밝힌 첫 번째 이슈는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감염관리 문제.
그는 “의료기기 재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공급사·대리점들이 치료재료 입·출고와 유통기간 확인 및 반품, 사용실적 체크 등 가납재고관리를 위해 수술실 등 병원 곳곳에 빈번한 출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사별로 천차만별인 제품군 단위와 병원 코드별 가납재고관리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감염에 대한 사전관리나 사후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환자 안전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이슈는 ‘리콜(Recall) 및 이력관리’로 의료사고 발생 시 이력추적을 위한 시스템과 프로세스 부재와 함께 가납재고 정보가 명확하지 않아 부작용에 따른 리콜과 이력추적관리에 한계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오광신 이사는 공급사와 병원 간 정산관리를 세 번째 이슈로 언급하며 “치료재료 SCM(Supply Chain Management·공급망관리)를 살펴보면 유통단계별 관리 코드가 다르고 낮은 정보 정확도와 더불어 정보 공유 또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급사·대리점들은 사용한 가납재고에 대한 병원과의 보험수가 정산 시 각각의 다른 제품 코드 체계는 물론 수량을 정산하고 계산하는 방법 자체도 다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오 이사는 효율적인 감염관리와 리콜을 통한 환자 안전 확보와 가납재고관리 개선을 위한 해결방안으로 ‘의료기기 UDI’(고유식별코드)를 제시했다.
그는 “기존 치료재료 라벨은 제품 및 LOT 정보만 기재토록 하고 있지만 UDI는 회사명·회사주소·제품 ID와 같은 DI(Device Identifier)와 제품번호·유통기한·일련번호 등 PI(Product Identifier) 정보를 공급사가 제품 포장 또는 기기에 표시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급사가 치료재료 아이템 단위로 UDI 정보를 생성해 제공하지 않으면 병원과 정부기관은 정보를 확보할 수 없다”며 “UDI가 도입되면 치료재료 유통정보가 UDI 기반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공급사는 물론 대리점·간납사들도 관련정보를 관리·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식약처가 추진 중인 UDI 시스템은 공급사가 제품을 아이템 단위로 구분할 수 있는 일련번호를 생성해 식약처에 보고하고 각 유통단계에 있는 대리점이나 의료기관에 정보를 제공·공유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UDI 관리시스템 구축은 중요한 선행과제.
치료재료 공급사부터 대리점·간납사·의료기관·식약처·심평원에 이르는 각 업체 및 기관별로 인터페이스가 가능한 공통된 UDI 이력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제품 단위 관리가 이뤄줘야 한다.
가령 공급사의 경우 기본적으로 ▲UDI 생성 및 표기 ▲입출고 ▲유통이력 ▲가납재고관리 ▲정산을 위한 UDI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중요한 점은 동일한 UDI 코드 체계에서 데이터 표준화가 이뤄져야한다는 것.
“현재는 공급사별 치료재료 및 병원 제품 코드와 심평원 보험 코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의료기기 정보 공유가 단절되고 이력추적관리와 리콜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게 오광신 이사의 지적.
그는 “UDI 도입을 위해서는 표준 코드 적용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의료기기 생산 및 공급·유효일자·리콜 등 정확한 데이터를 정부 UDI 시스템에 보고하고 각 유통과정에서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광신 이사는 미국·중국·일본 등 각국이 신속한 리콜을 통한 환자 안전 확보와 가납재고관리 효율화를 목적으로 의료기기 UDI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에서 국내 의료기기업계의 인식전환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정부 정책으로 의료기기 UDI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업계가 억지로 끌려가기보다는 선제적인 대응과 적극적인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수간호사·간호사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토록 하고 공급사는 가납재고관리 효율성을 높여 유통비용과 업무를 개선하며, 정부 역시 환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의료기기 UDI 실행방안을 이제 고민할 때”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