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능검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GOLD(세계만성폐쇄성폐질환기구) 가이드라인'을 두고, 현실적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보험급여 상황을 고려할 때, 환자분류 기준에 'FEV1(1초간 강제호기량)' 값을 빼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
작년 '세계 COPD 날'에 맞춰 업데이트된 2017년 GOLD 가이드라인에는 주요한 변화들이 여럿 포착됐다. 그 가운데 증상 및 중증도에 따라 COPD 환자를 A, B, C, D 등 4개의 환자군으로 분류하는 것은 기존과 동일했지만, 기준이었던 FEV1 값을 삭제한 게 눈에 띄는 변화.
COPD 환자의 폐기능검사에서 FEV1 값이 급성악화를 예측하는 주요 지표인가에 의문이 지속되자, 이를 어느정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식호흡기학회에 참석한 서울의대 호흡기내과 이창훈 교수는 "해당 가이드라인은 개정이 아닌 업데이트 격으로, 2011년 이후 가장 큰 변화를 예고했다"면서 "주요 변화는 치료전략을 수립할 때 환자군 분류가 간소화됐다는 점이다. 폐기능 50%를 놓고 환자를 분류했는데 이와 관련된 기준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COPD 환자를 분류하는데 있어 1년 동안 몇 번의 증상과 급성 악화를 보였는지 등 주관적인 증상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얘기다.
그런데 개원가에선 이를 두고 "현실적으로 맞지 않은 얘기"라고 고개를 저었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실제 진료현장에까지 의미가 없어지려면, COPD 진단 보험기준에 폐기능검사 평가지표가 빠져야 하지만, 데이터가 없으면 급여 인정이 안 된다"면서 "가이드라인의 변화가 국내 그대로 적용되기엔 아직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생각을 전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폐기능 수치가 없어도 의사의 주관적인 판단에 COPD 진단을 내릴 수 있겠지만, 국내 보험기준에는 FEV1의 일정 수치가 명시돼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외국사례 처럼 향후 FEV1이 빠진다고 한다면, 개원가에서도 천식과 같이 COPD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드러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개원가에선 COPD를 진단하기 위한 폐기능검사 전문 인력이나 장치를 따로 마련하는 데 부담이 큰 실정"이라면서 "가이드라인을 반영해 폐기능검사의 역할이 축소된다면, COPD 잠재 환자의 발굴과 시장 확대엔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COPD 진단에서 폐기능검사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국내 여건상 불가능 하지만 시행에 따른 환자 발굴 효과만큼은 인정한 것이다.
한편 호흡기학회 관계자는 "진단에 폐기능 수치가 빠지는데 따른 환자수의 증가와 이를 수용하는 정부의 입장도 분명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이 정착되고 해외의 사례를 빌어 이러한 문제가 이슈가 된다면 추후 논의가 진행되겠지만, 관건은 정작 의료진 사이에서도 FEV1이 빠져도 되는가에 대한 확신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