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필요했다. 연구, 진료,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익숙해지고 편해지면서 스스로 발전이 없다고 느꼈다."
강동성심병원 기획조정실장을 역임, 감염내과 교수로 활동 중인 엄중식 교수가 길병원행을 택한 이유다.
엄 교수는 메르스 대책 민관합동 TF즉각대응팀 간사로 메르스 조기 종식 전략을 수립, 언론 대응 및 국가방역대책 수립 등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감염내과 명의로도 명성이 높지만 병원 내에서도 기조실장직을 지내는 등 신임을 얻어온 인물. 그런 점에서 그의 이직은 이례적이다.
엄 교수가 정든 강동성심병원을 떠나 새둥지를 찾은 이유는 뭘까.
그는 "사실 지난 2015년 말, 메르스 사태 이후 스스로 발전이 없다는 생각에 사직서를 낸 바 있다. 당시에는 대학교수를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위의 만류로 뜻을 접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그는 스스로 나태해지고 있다는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 계속됐고, 결국 변화를 꾀하기로 마음 먹었다.
때 마침 10여년전부터 막역하게 지내던 길병원 선배 교수의 제안에 각오를 다지게 됐다.
엄 교수는 과거의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는 욕구가 높은 만큼 길병원에서도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길병원 감염내과 과장직이 내정돼 있지만 엄 교수 측에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단 길병원은 강동성심병원(640병상) 대비 2~3배 큰 규모로 1000병상 이상의 규모에서 감염 관리는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궁금하다"면서 "게다가 인천지역은 평소 감염내과 교수로서 관심지역이었다"고 말했다.
공항과 항구가 있는 인천은 가깝게는 중국에서 배를 타고 혹은 해외 각지에서 공항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감염 확산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지역 감염관리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주변에서 길병원으로 이직하면서 어떤 혜택(?)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을 하지만 교수직 유지 이외 조건은 없었다"라면서 "족쇄를 만들기 싫어 특별한 조건도 약속도 하지 않았다. 다만 맡은 바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간단히 각오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