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단 한 장의 사진이 의료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의사 5명이 수술복을 입고 찍은 이 사진은 언뜻 보면 흔히 말하는 '인증샷'으로 보여지지만 단 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바로 그들 앞에 카데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해당 의사의 실명은 물론, 소속까지 거론되며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고 대한의사협회는 윤리위원회 제소를 추진 중이다.
또한 해당 병원은 자체적으로 소속 의사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갔고 나머지 의사들도 전문가평가제에 의해 자격 정지를 받을 위기에 놓여있다.
단 한장의 사진으로 의료계를 발칵 뒤짚어 놓은 이번 사건을 보며 문득 오버랩되는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2014년 송년 분위기가 한창일때 일어난 J성형외과 사건이다.
수술실에서 환자가 마취된 채 누워있는 상황에서 의료진에 대한 생일파티를 열고 이를 '인증'한 사진 한장으로 의료계는 큰 위기를 겪어야 했다.
전 국민이 사진 한장에 극한 분노를 쏟아내며 비난을 퍼부었고 모든 수술실에 CCTV를 달아야 한다는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불신의 씨앗을 순식간에 키워낸 셈이다.
결국 성형외과학회를 비롯해 의료계는 재발 방지를 위한 윤리 교육 강화와 수술실 관리 방안까지 내놨지만 불과 2년여만에 같은 방식으로 같은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물론 이들을 법과 제도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미비하다. 의협 윤리위도 품위손상을 검토중이지만 규정 어디에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문구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행 법도 마찬가지. 마취된 환자나 카데바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하지는 않다. J성형외과 역시 별다른 처벌이나 제재없이 지금도 환자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입게 될 의료계의 피해는 상당히 파괴적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의사가 출입하는 모든 곳에 CCTV를 달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그토록 의료계가 숙원하며 바라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진 셈이다. 이번 사건이 J성형외과 사건과 마찬가지로 해프닝으로 넘어가서는 안되는 이유다.
의사는 직군에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붙는 몇 안되는 직업 중에 하나다. 그만큼 환자들은 생명을 지키는 의사에 대해 경외감과 존경심을 표현한다.
의사면허증이 단순히 의업을 할 수 있는 표식이 아닌 '선생님'으로서 더 높은 도덕성과 윤리를 갖춰야할 의무와 무게를 상징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신뢰는 그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하는 가치다.
의료계는 그토록 '자율징계권'을 염원하고 꿈꿔왔다. 단 한장의 사진으로 의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지금 스스로 얼마나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