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가 대국민 소통을 위한 파격 행보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 대국민 인식 조사결과를 전면 공개했다.
성인 남녀 1070명을 대상으로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한 설문결과는 사실상 충격적이다.
기관 인지도 질문에, '질병관리본부를 모른다'는 응답이 55.8%, 신뢰도의 경우, 질병관리본부를 알고 있다는 응답자(472명) 중 '불신'이 55.9%를 달했다.
위기대응 관련, 지카바이러스와 콜레라 대응을 '잘못한다'는 답변이 64.0%로 '잘한다'(34.0%) 2배 차이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질병관리본부 인지도와 신뢰도 모두 국민 10명 중 5명 이상이 최하 점수를 매긴 셈이다.
그렇다면, 질병관리본부가 설문결과를 공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메르스 사태 이후 차관급으로 격상된 질병관리본부의 내부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내과 교수 출신 정기석 본부장 부임 후 관료주의 타파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정기석 본부장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국민에게 알릴 수 없거나, 알리지 않은 연구는 아예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면서 경직된 관료주의 타파를 공표했다.
위기소통담당관실을 신설한 후 병원 홍보팀 및 출입기자들과 카톡 방, 문자전송을 통해 질병 정보를 실시간 교환하는 칸막이 없는 홍보전략도 한몫했다는 평가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약점을 공개한 질병관리본부가 하루아침에 달라지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허물과 약점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관료주의에 경종을 울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신속, 정확, 투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부처의 역할"이라면서 "신종 감염병 등 다가올 방역 관련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과 힘을 합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 시 역학조사 최일선에 있던 질병관리본부 의사 공무원들의 행정처분으로 사기가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정면 돌파로 쇄신하는 정기석 본부장 소신과 결단이 주목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