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학의 핵심은 암이다. 그중에서도 폐암은 정밀의학 연구 길이 무궁무진하다. 폐암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CT로 암 의심 부위를 확인하고, 침습적으로 조직을 떼어 암 검진을 하던 시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혈액과 같은 체액으로 폐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말하는 액상병리검사법이 개발되고 있는 것.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기관지 폐포 세척술로 폐암을 진단, 재발을 발견하는 기술이다.
기술 개발 중심에는 건국대병원 호흡기내과 이계영 교수가 있다.
그는 "폐암 치료에 효과가 좋은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가 있지만 약 값만 1년에 1억원 이상 들어간다. 그런데 약 효과를 보는 사람은 20%에 머물고 있다 보니 정부 재정 지출에 부담이 생기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10년 전만 해도 암이라고 하면 다 똑같은 암이었지만 세포 유형, 유전자 유형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는 시대가 왔다"며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가 연구 중인 액상병리검사는 폐암 환자 중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기관지폐포세척술로 보다 정확하고, 빠르게 확인하는 것이다.
그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기 위해서는 조직 검사를 다시 해야 하는데 폐암으로 항암제를 이미 1년 이상 쓴 사람은 세포가 죽어 있어 조직 검사가 잘 안된다"며 "조직 검사가 침습적이다 보니 다시 검사를 한다는 것이 환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혈액에서 유전자를 뽑아 조직검사를 하는 것은 폐암에서는 아직 어렵다"며 "기관지내시경으로 암이 있는 위치에 접근해 기관지폐포세척술로 조직검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기관지폐포세척술을 활용한 조직검사 방법에 대해 특허를 받았고, 건국대병원을 찾은 폐암 환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직검사 결과를 논문으로 써 SCI급 학술지에 투고했다. 이와 함께 신의료기술 승인을 받기 위한 근거도 모으고 있다.
그는 "학자들은 폐암 진단율이 90% 이상은 돼야 기존의 조직검사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한다"며 "기관지폐포세척액을 통한 진단율이 상당히 높았다. 무엇보다 조직검사 결과도 2~3일 안에 받아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의 과감한 투자…"중개연구 활성화돼야"
이계영 교수가 새로운 암 진단 검사법 개발에 몰두할 수 있었던 데에는 건국대병원의 과감한 지원도 무시할 수 없다.
건국대병원은 아예 액상병리검사실(Liquid Biopsy Lab)을 새로 만들고 생물학은 전공한 박사를 영입하고 수억원을 투자해 장비도 갖췄다.
이 교수는 "아이디어만으로 병원이 선도적으로 투자 했다"며 "특허도 받았고, 논문도 썼다. 임상에 당장 적용할 수 있도록 신의료기술 승인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액상검사진단법이 하나의 진료항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의료계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정밀의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개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상의사는 현 제도권에서 합의가 이뤄진 내용으로 환자를 본다. 논문들도 환자를 보고 쓴 논문"이라며 "반면 기초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그의 아이디어를 임상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아는 만큼 보인다"며 "평소 기초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2년 동안 포스닥을 밟았다. 임상의사와 기초의학 연구자가 교류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계영 교수는 아직 할 일이 산더미라며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폐암 치료 성적을 높이려면 조기진단을 해야 한다"며 "액상병리검사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는 폐암 환자를 조기진단하는 데 당연히 적용 가능하고 더 나아가 진행성 폐암 조기진단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현재는 폐암에만 특정해 연구하고 있지만 다른 암종으로도 확대 가능하다"며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