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발표되는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 개정를 정부가 독단적으로 진행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올해 적용될 새 운영지침은 공보의의 권리를 박탈할 정도로 엄격하게 바뀌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경기도에서 근무 중인 A 한의과 공중보건의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 공중보건의사제도 운영지침'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지난달 30일 복지부 홈페이지에 업데이트 된 운영지침 내용 일부가 불과 일주일도 채 안 돼 바뀐 것이다.
지침을 첫 공개 할 때만 해도 복지부는 공보의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1주일 사이 지침이 바뀌는 과정에서 복지부는 어떤 신호도 없었다.
바뀐 곳은 '연가' 부분. 현행 운영 중인 2016년 운영지침과 같다고 돼 있던 조항이 일주일 사이에 새로 바뀐 것.
결근·정직 및 강등 처분 사실이 없는 공중보건의사로서 병가를 활용하지 않은 자, 미사용 연가일수가 1일 이상 있는 자는 다음 해에 한해 근무기간별 연가일수에 각각 1일을 가산한다는 게 바뀐 내용이다.
A공보의는 "공보의는 연가를 시간 단위로 쓸 수 있는데 현재는 연가가 몇 시간 남으면 다음해에 연가일수를 1일 가산한다"며 "바뀐 규정은 미사용 연가를 '1일'로 명문화 했기 때문에 연가가 몇 시간 남아도 인정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공보의는 지난달 확인한 지침과 바뀐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국민 신문고에 민원까지 제기했다.
B 공보의는 "복지부는 일체의 공지 없이 바뀐 지침을 올렸다"며 "이미 지난 30일에 지침을 확인한 공보의였다면 바뀐 내용을 인지하지도 못했을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공보의를 대표하는 단체에 확인해보니 어떤 협의도 없었다고 하더라"라며 "3500명에 달하는 공보의 권익을 침해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이미 공표한 복무지침을 부연 설명도 없이 바꿔도 되나"라고 반문했다.
"기존 지침보다 엄격해지고 비현실적"
절차상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올해 공보의 업무지침은 기존 규정보다 엄격하게 바뀌었다는 게 공보의들의 생각.
서울에서 근무 중인 B공보의는 "해외 학회 참여는 연 1회씩 3년 동안 세 번 가능했는데 복무 기간 중 2회로 줄었다"며 "포스터 발표도 제2저자 이내로 학회를 참여할 수 있도록 타이트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견책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1년 동안은 국외여행을 나갈 수도 없다"며 "이는 상위법 어디에도 없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공보의 근무시간과 관련해 새로 만들어진 조항에 대해서도 의혹이 나왔다.
응급환자 진료 등을 위해 근무시간을 변경할 때, 공보의의 기본적 생활 보장 및 의료 서비스 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1회 연속근무 시간은 24시간을 초과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새로 만들어졌다.
부산 C공보의는 "공보의 근무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진데 지침만 본다면 응급환자를 위해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근무의 연속이다"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특히 섬에는 보통 2명의 공보의가 근무하는데 아예 지침에 대기라는 말을 명문화해버리면 하루는 24시간 일하고 다음날은 쉬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한마디로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