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족수 부족으로 올해 예산부터 사업계획 등을 단하나도 의결하지 못했던 대한약사회가 다시 '총회'를 열었다.
대의원총회를 사흘여 앞두고 정족수 부족 우려를 안고 있는 대한의사협회로서는 약사회의 상황을 반면교사 삼을 만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약사회는 19일 오후 회관 강당에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었다. 대의원총회가 파행을 겪은지 약 40일만이다.
지난달 9일 약사회는 대의원 245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열었는데 총회 초반 16개 시도약사회 관계자 166명이 긴급동의안으로 낸 '선거제도개선 특별위원회 명칭구성 변경' 안건으로 갑론을박을 벌였다. 수시간이 지나자 지방 대의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비우면서 결국 정족수 자체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
약사회 정관에 따르면 재적대의원 과반수가 출석해야 총회가 성립하고, 출석대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의결이 이뤄진다.
임시대의원총회에는 재적대의원 397명 중 참석 175명, 위임 32명으로 개최됐다.
조찬휘 회장은 "30여년 동안 회무를 수행해 왔지만 정족수 부족이 문제되는 상황을 본적이 없었다"며 "모두 제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분열된 힘으로는 눈앞에 다가온 현안을 해결할 수 없다"며 "소통을 향해 뼈를 깎는 역사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밝히는 여정에서 매우 중요하고 소중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사회 대의원회 문재빈 의장도 "또다시 의결정족수 미달로 안건처리를 못하는 불임 대의원총회가 된다면 집행부뿐만 아니라 대의원총회도 회원에게 불신임을 받을 것"이라며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사회 집행부와 대의원회 의장단은 대의원 결원에 대비한 혁신책으로 전문 분과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조 회장은 "가칭 법제심의위원회를 위시해 예산결산심의위, 수시정관개정심의위 등을 신설해 전문성 있는 총회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1박2일 일정으로 총회를 여는 등 대의원 결원을 대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문 의장도 "대의원총회 자료는 그냥 들고오기도 무거울 정도로 두껍다"며 "1년에 한 번 4시간 정도 총회를 하면서 그 자료를 모두 상의하고 결의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거들었다.
이어 "정관에 따라 대의원회 산하 운영위원회를 설치한 후 운영규정을 만들어 다음 총회부터 시행할 것"이라며 "미리 운영위에서 검토하고 토의하면 회무 활성화는 물론 총회의 원활한 진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약사회는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올해 예산 55억7378만원을 확정하고 연중 추진사업으로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확대, 처방전 리필제 도입, 지역사회 일차의료 활성화 시범사업 약국 참여 추진 등을 의결했다.
이밖에도 논란이 예견됐던 약사회 이전 회장 6명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안건이 별다른 이견없이 통과됐다.
또 약사회 창립기념일을 매년 11월 8일에서 2월 11일로 바꾸기로 했다.
이는 1928년 고려약제사회 창립총회가 열린 날이다. 고려약제사회는 약제사 상호간의 친목 도모, 일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약제사에 대한 인식전환, 약업계 발전과 번영을 위해 단체의 힘이 필요해 창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