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저곳 음식점을 찾던 중 '야키소바'라는 반가운 글자를 보았다.
한국에서도 야키소바나 우동을 찾아먹을만큼 좋아했기에 본토에서의 맛은 어떨지 궁금해졌고, 큰 고민 없이 식당으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식당이었고 각 테이블마다 큰 철판이 놓여 있었다. 메뉴판에는 야키소바, 오코노미야끼 등으로 세트 구성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는 대표 메뉴인 야키우동과 오코노미야끼를 먹을 수 있는 기본 세트로 결정했다.
요리사분이 직접 우리테이블로 와서 각종 재료를 넣고 볶아주셔서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가 모두 있었다. 생각보다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니 복잡해서 ‘혼자서는 만들어 먹기 힘들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서 먹을 때 보다는 좀 더 개성이 강하고 간이 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저녁까지 배부르게 먹은 후 오늘이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 날 묵은 숙소는 지금까지 중에 가장 좁은 방이었다. 내일 공항에 갈 것을 고려해서 공항과 가까운 시내에 숙소를 구하다 보니 가격 대비 외곽지역에 비해 크기가 작은 것 같았다.
일본에서 숙소를 구하면 타국에 비해 모든 것이 작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절대 사진에 속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속은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공항과 가깝고 주변 환경은 만족스러웠기에, 그리고 이번 여행 때는 크게 기대하지 않은 만큼 크게 실망하지도 말자는 주의였기에 이 정도면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 밤인 만큼 일본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간식을 먹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밤늦게 숙소 앞 편의점을 찾았다. 편의점에는 롤케익, 복숭아 맛 맥주, 커리빵, 치즈타르트, 슈크림빵 등등 그동안 먹고 싶었던 간식들이 많아 일단 다 구입했다.
오늘 하루 간 먹은 것들이 너무 많아 배가 불러 아주 조금 밖에 먹지 못했지만 한국에 가져갈 수 있으니 남은 음식들은 캐리어에 담아 두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마지막 조식을 놓치면 아쉬울 것 같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막바지에 가서 음식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는데 볶음밥과 계란 후라이, 삼각김밥과 함박스테이크 같은 고기와 샐러드 등으로 간단히 요기할 수 있었다.
비행기가 두시 정도였기 때문에 가는 길에 한 군데 정도 더 들를 수 있겠다 싶어 슈리성에 들렀다. 내비게이션을 잘 못 봐서 가는길에 조금 헤맸지만 언덕 위에 있는 슈리성이 보여 이내 올바른 길로 다시 들어갈 수 있었다.
시간이 많지는 않았기에 구석 구석 자세히 구경할 수는 없었는데, 언덕에 올라가니 오키나와의 시내 전경이 다 보여서 마지막을 장식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관광지였다.
오키나와를 여행하는 동안 꼼꼼하게 계획하여 최대한 많은 곳을 보는 알찬 여행은 하지 못했지만 느긋하고 느슨한 일정을 통해 충분히 고민하고 숨 쉴 수 있었던 여유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언제쯤이면 다시 이번처럼 즐겁고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여행의 끝은 늘 너무나도 아쉽다. 그래서 자꾸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기다리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