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명의 의사가 365일 24시간 주야간 교대로 입원 환자를 담당한다. 관리 병상은 총 45병상. 2주는 주간, 1주는 야간 근무를 하고 나면 15일이라는 꿀 휴가가 있다. (서울대병원)
#. 3명의 의사가 응급실 주간 및 응급실/병동의 야간 교대 근무를 담당한다. 주요 업무는 응급실 당직, 야간 병동 당직을 서면서 응급실 내원 환자에 한해 입원을 결정하는 일이다. 전공의 주80시간 이후 전공의의 업무를 대체하는 성격이 강하다.(인제의대 일산백병원)
이는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하고 있는 입원전담전문의제를 운영하는 병원들의 모습이다. 시범사업 기간이다 보니 제도 운용 유형과 형태가 각각이었다.
입원전담전문의들이 현장 경험을 공유하고 앞으로 방향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대한내과학회는 24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제1회 내과 입원전담전문의 워크숍'을 진행했다.
내과학회에 따르면 약 50여명의 내과계 입원전담전문의가 근무 중이다. 워크숍에서는 충북대병원을 비롯해 분당서울대병원, 충남대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일산백병원에서 자신들의 근무 환경을 공개했다.
참석자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곳은 충북대병원과 서울대병원.
시범사업 약 2년, 충북대병원의 변화는?
2015년 8월부터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한 충북대병원은 현재 5명의 내과 전문의가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44병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1명당 담당 입원환자 수는 20~25명이다.
발표에 나선 충북대병원 내과 박선미 교수에 따르면 환자 만족도는 눈에 띄게 늘었고 입원 전담의의 직업 만족도, 간호사 및 타 의료인의 만족도, 전공의 만족도도 모두 상승했다.
우선 환자들은 입원 직후 병실 진료 신속성, 궁금증에 대한 답변, 통증 조절, 주치의 만남, 의사 접근성 등이 증가했다고 반응했다. 환자의 불평이 줄어드니 간호사의 만족도 역시 자동적으로 높아졌다.
박 교수는 "입원전담 전문의는 평일, 주간 근무로 주말 여가 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며 2차 병원 보다 재교육 기회가 높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이어 "입원전담의가 보는 환자군의 중증도가 다소 높다 보니 노동강도가 높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의사를 도와줄 수 있는 의료보조인력을 개발해 배치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충북대병원은 장기적으로 입원전담의 분과를 개설하고 입원전담의 지위도 현재 2년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공의와 교수 사이에 있는 모호한 직업군, 높은 노동강도, 휴일이나 야간 당직의사에게 의존하는 진료공백이라는 단점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었다.
진료공백 해결 방법, 서울대병원에서 답 찾다?
서울대병원은 입원전담전문의제의 문제점 중 하나인 '진료공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의 제도 운영을 하고 있어 관심을 받았다. 365일 24시간 동안 5명의 전문의가 주야간 교대로 환자를 케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표를 맡은 서울대병원 한승준 입원전담전문의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타과 전문의(스페셜리스트) 회진 없이 입원전담 전문의가 독립적으로 진료하고 필요하면 관련 진료과 전문의와 협진을 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승국 정책이사는 "전공의의 독립성과 야간진료까지 입원전담의가 완벽히 커버할 수 있는 서울대병원의 운영 형태가 이상적"이라며 앞으로 하나의 분과로 발전 가능성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이기도 한 내과학회 유철규 이사장은 "입원전담전문의를 뽑으려고 3번 노력해서 1년 반만에 뽑았다"며 "그사이 운영규정을 만들어 타과 교수들의 동의도 받은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제도를 최소 1년 이상 운영한 후 입원전담전문의는 본인이 아카데미 트랙으로 갈건지 임상 트랙으로 갈건지 결정할 수 있다"며 "교수 TO도 한 명 확보해놨다"고 설명했다.
인원이 적정해지면 일반내과나 종합내과라는 이름으로 분과를 따로 만들 예정이라고도 했다.
병원에서의 따가운 시선·애매한 업무 고민 여전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동료 의사들의 따가운 시선, 주치의와 전공의 사이에 있는 애매한 업무도 입원전담전문의들이 겪어야 하는 고민이었다.
수도권 A대학병원 입원전담전문의는 "혼자서 입원전담의를 하고 있는데 10여명의 소화기 환자뿐만 아니라 타과 환자까지 보고 있다"며 "각 과 교수들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데 도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서울 B대학병원 입원전담전문의는 "기존에는 주치의가 전공의를 지도하며 방침을 확인하고 결정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진료 주체에 대한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주치의와 환자 진료계획에 대한 공유가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고 전공의들도 단순히 자신들의 역할 대체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입원전담전문의의 직급,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병원이 주도적으로 끌어주고 조율하는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핫라인 구축, 병원 차원에서 홍보 등 경험들이 공유됐다.
대한내과학회 강석민 총무이사(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는 "각 분과별로 교수 핫라인을 만들었다"며 "심장, 소화기 등 문제가 있을 때 언제든지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입원전담전문의 상담 교수를 지정해놨다"고 말했다.
강현재 총무이사(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입원전담의가 커버하는 입원 환자는 전체 입원 환자의 10% 미만"이라며 "병원 운영 책임자의 의지가 중요하다. 새로운 시스템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구성원에게 던져줘야 한다"고 했다.
한편, 내과학회는 입원전담전문의를 내과 세부 분과 중 하나로 인정하기 위해 기존의 TF를 위원회로 바꾸는 작업도 했다.
강 이사는 "장기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가 내과의 10번째 분과가 되기를 바란다"며 "내과는 2개 세부 분과 전문의 자격을 딸 수 없다. 다른 세부전문의 수준으로 독립적 영역으로 만들고자 하는 게 학회 입장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