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여성병원 신생아실에 근무하던 간호사의 결핵확진 판정 이후 신생아 및 영아 80명이 잠복결핵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또 다시 병원 내 감염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앞서 복수의 대학병원 결핵의심 간호사가 근무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수차례 곤혹을 치렀지만 모네여성병원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2, 제3의 모네여성병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현실이다.
12일 의료계 복수 관계자는 "열악한 조건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대책을 세우고자 지난해 일명 '결핵예방법'을 개정, 의료기관 종사자는 매년 결핵 검진을 받도록 했다. 이와 함께 잠복 결핵 감염 검진도 의무화했다.
하지만 정부의 결핵예방 조치는 여기까지였다.
결핵 확진 및 잠복결핵 양성반응을 보인 의사 및 간호사 등 의료인력에 대한 치료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가령, 잠복결핵 진단을 받은 경우 약 복용 여부도 개인의 선택에 맡기고 있으며 약 복용 후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지원도 없는 상태다.
실제로 모 대학병원의 경우 전공의 4년차가 잠복결핵 판정을 받은 후 약을 복용하던 중 부작용으로 급성간염 증상을 보여 근무를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 해당 전공의가 근무가 어려워지면서 의료공백이 발생한 것에 대해 병원에서 어떻게 처리해야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가령, 치료비는 물론이고 근무 공백에 따른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하는 기준조차 모호하다는 얘기다.
해당 대학병원 한 교수는 "4년차 전공의 사례를 본 후 잠복결핵으로 판정받은 전공의 모두 약 복용을 거부했지만 강제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면서 "대부분의 직장인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건의료노조 한미정 사무처장 또한 "정부는 검진만 의무화했지, 후속 대책으로 결핵에 감염된 직원에 대해 누가 관리해줄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용적인 부분도 문제다.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결핵검진 비용은 해당 의료기관이 부담해야한다.
대학병원 직원을 4천명이라고 가정할 때, 결핵검사 비용이 1인당 5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약 2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셈이다.
그나마도 재정이 탄탄한 대학병원은 가능하겠지만 자금력이 약한 중소병원에서는 어려움이 크다.
이에 대해 한미정 사무처장은 "지금은 결핵 감염관리를 각 의료기관별로 각개격파식으로 해결하고 있다"면서 "범정부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한감염학회 엄중식 특임이사 또한 "결핵 감염관리는 일개 의료기관에게 맡겨놓은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복결핵을 줄이는 것보다 급선무돼야 할 것은 감염력이 높은 활동성 결핵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라면서 "이를 위해 병원 내 시스템 및 시설을 갖추는 것은 물론 결핵 진단에서 치료과정에서 겪는 사회적 불이익이 없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모네여성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영아 및 신생아 보호자들은 지난 11일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병원 측에 대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