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병원 간호사 결핵 사태 이후 감염병 관리에 대한 법안이 쏟아지면서 의료계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국가적 시스템 부재에 대한 책임을 의료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 의료인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지 않고 규제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M병원 사태 이후 감염병 관리와 관련한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며 "의료인들의 책임을 더 무겁게 하는 법안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물론 의료인도 감염병 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관리 주체는 결국 정부"라며 "정부의 책임을 의사들에게 돌리고 있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M병원 간호사 결핵 사태가 일어난 뒤 감염병 관리에 대한 법률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는 추세다.
국민의당 박인숙 의원이 사건 발생 몇일 뒤 결핵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놨고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도 하루 만에 골자가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맞춰 질병관리본부는 결핵예방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본격적인 법 시행에 나서고 있는 상황.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을 신규 채용하는 경우 입사 1개월 이내에 결핵검진 실시를 의무화하고 채용 후에도 지속적으로 결핵검진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이 법안들의 골자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내놓은 상태다.
감염병 환자를 진단한 후에도 보고나 신고를 게을리했을 경우 벌금 상한 금액을 500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이 법안의 골자. 의료인들에게 더 관리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감염병 관리에 대한 책임이 점점 높아지면서 의사들의 반감도 커져만 가고 있다. 감염병에 대한 책임을 왜 의사만 져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이다.
A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사태에서도 드러났듯 우리나라 감염병 관리체계는 참담한 수준"이라며 "당시에도 국가적 시스템이 아닌 의사의 희생으로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게 위기를 넘겨놓고도 시스템을 만들기는 커녕 의사들보고 더 희생하고 책임지라고 강요하고 있으니 답답하다"며 "지금 나와야 할 법안은 이런 법안이 아니라 국가적 시스템 구축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의 전반적 입장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들을 왜 의사들에게 넘기느냐는 비판. 결핵검진만 하더라도 당연히 국가에서 담당해야 하는 문제인데도 의료기관에 책임을 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의사가 감염관리의 첨병이기는 하지만 채용시마다 몇만원씩 하는 검진 비용을 의료기관에 부담을 주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또 감염병 전파에 위험이 있는 수많은 직종 중에 의사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그는 "메르스와 M병원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 감염병 전파의 주 원인은 의료기관들의 신고 미이행이 아니라 신고 이후 정부의 관리 미숙"이라며 "의사에 대한 규제를 늘려 감염병을 막겠다는 생각은 어불성설일 뿐이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