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시장에 도입되는 차세대 신약들에 거는 기대가 너무 커져버린 것은 아닌지 싶다.
최신 론칭 신약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트렌드처럼 여러 적응증을 가진다. 한 질환에만 국한되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멀티 플레이어인지라 어느새 만병통치약 이미지까지 덧씌워진다.
그래서일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여차 소소한 안전성 이슈라도 터지는 날에는, 비난의 매질이 더 가열차게 날아간다.
여기서 올라운드 플레이어(all-round player)란 표현을 잠시 끌어 오겠다. 스포츠 경기 분야에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어디에 가져다 놔도 다 잘한다'는 뜻은 언제봐도 참 매력적이다. 다방면에 가진 뛰어난 역량. 골넣는 골키퍼의 대명사로 언급되며 1990년대를 풍미한 멕시코의 캄포스(Jorge Campos)라는 축구선수가 있었다.
전반전에는 골키퍼로 활약을 하다 후반전엔 공격수로 투입돼 필요할 때마다 득점을 올리는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보였다. 전방위적인 활약에 연일 메스컴을 뜨겁게 달궜다.
최근 등장한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가 딱 그런 모양새다. 암환자들에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까지 통한다.
체내 면역체계를 십분 활용하다보니, 치료 잣대인 '5년 생존율'을 언급하기 애매한 난치성 암종에까지 생존율을 확연하게 늘린다. 또 기존 항암제들에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주사 부담이나 내성 이슈와는 거리까지 멀다.
정상세포 암세포 가릴것없이 사멸시키는 화학요법, 암세포만을 공격하지만 결국 내성에 발목을 잡혀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경구용 표적항암제와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짧은 시간 허가받은 암종만 벌써 여럿된다. 흑색종, 메르켈세포암, 비소세포폐암, 신세포암, 방광암, 호지킨 림프종, 두경부암 등 사용영역을 빠르게 넓혀나가다 보니 관계자들의 이목을 끄는 건 당연지사.
애초 등장부터 '면역항암제=만능치료제'라는 등식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만병통치란 꾸밈말을 단 면역항암제 기사를 찾아보고, 기자에게 직접 문의를 해오는 환자들이 더는 생소하지 않다는 얘기다.
어찌됐든 국내에선 이들 면역항암제가 허가 1년 4개월 여만에 일단 비소세포폐암에 2차약으로 보험 급여를 적용받게 됐다.
허가 적응증은 있지만 보험 급여에서 제외가 된 소외 암종 환자들의 서글픔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현 관건은 급여 처방이 가능해진 폐암 환자들에서의 혹시모를 부작용 문제다.
그간 진행된 임상 데이터상에서도 간간이 보고되지만, 실제 진료를 본 종양전문의들은 면역항암제를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혈소판감소, 골수기능에 미치는 영향, 간질성 폐질환, 신경계 문제, 간독성, 피부 등의 이상반응 관리를 함께 주문하고 있다.
바이오마커로 지목된 PD-L1 양성인 암환자에서(아직 잡음은 있다) 치료 패러다임을 확 바꿀 획기적 치료제임은 분명하지만, 부작용까지 말끔히 해결한 만능약은 아니라는 소리다.
이제 다학제진료가 가능한 전국 94개 병원에서 급여 처방이 시작됐다.
앞으로 이들 면역항암제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내리 칭찬을 받을지, 골먹는 골키퍼로 비난만 안고갈 지는 오랜시간 관심가지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