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중독증 치료제 시장이 뜨겁다. 지난 6월 노바티스의 '엑스자이드(성분명 데페라시록스)'의 물질특허 만료에 따라 철중독증 치료제 시장을 겨냥한 국내 제약사들의 러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제약사들이 다양한 제형의 철중독증 치료제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의 관심은 복용편의성에 쏠리고 있다.
1세대 철중독증 치료제인 주사제에 비해 2세대인 엑스자이드는 경구용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철중독증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그러나 엑스자이드 역시 체중 대비 일정한 용량을 계산해 물이나 주스에 알약을 타서 먹어야 한다는 점에서 복용편의성에 한계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각 제약사가 선보인 철중독증 치료제는 복용편의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철원 교수는 "기존 데페라시록스는 주사제에 비해 복용이 편해졌고 효과도 주사제 못지 않게 좋아 널리 사용하고 있지만 복용이 불편하긴 하다"며 "약이 커서 그냥은 못 먹고 물이나 주스에 타서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철원 교수는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장기적으로 복용하던 분들이라 처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순응도에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편함을 호소하는 일부 환자들은 있다. 복용상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제형이 나오고 있다. 먹기 편하게 개선이 되면 복약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부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신호진 교수 역시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신호진 교수는 "기존 철중독증 치료제의 효과는 좋지만 확산정을 물에 녹여서 복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다"며 "그런 점에서 새로 나온 치료제는 기존 제제보다 순응도가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환자마다 선호도는 다를 수 있지만 지금보다 새로운 제제에 대해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일제약의 '엑스페리드산'은 산제 제형으로, 확산정에 대한 특허를 회피하면서 복용편의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한국팜비오의 '헤모시록스확산정'은 엑스자이드와 같은 확산정이긴 하지만 제형을 축소하고 부형제를 줄임으로써 환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다양한 철중독증 치료제 중 가장 주목받는 제품 중 하나는 대원제약의 '페듀로우현탁액'이다.
페듀로우현탁액은 말 그대로 '현탁액' 제형으로 물에 타 먹을 필요없이 일정 용량을 따라 마시면 되기 때문에 다른 제형의 철중독증 치료제 중에서 가장 복약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정확한 용량을 복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철중독증 치료제는 환자의 체중에 맞춰 복용 용량이 달리 한다. 예를 들어 60kg 성인의 경우 1200mg의 데페라시록스를 복용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제품은 125mg, 250mg, 500mg의 용량으로 돼 있어 정확히 1200mg을 복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과거 데페라시록스를 복용하는 환자들은 적정 용량 대비 조금 적거나 많은 용량을 복용해야 했지만, 페듀오루현탁액은 계량컵을 이용해 정해진 용량을 복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복용편의성과 적정 용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과거 치료제는 입맛도 조금 떨어지고 구역질도 날 수 있어서 복용에 애로사항이 있었다. 그러나 페듀로우현탁액은 메론 바나나향 첨가로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높였으며, 기존 확산정의 GI AEs 유발요소인 락토스 미함유로 위장관 부담도 감소시켰다.
구강 점막염, 구내염이 암환자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이라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구내염이 생기면 입안 또는 목안의 점막이 빨갛게 부어오르며 침을 삼키기 힘들 수도 있고, 염증이 생기거나 헐어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구강통증의 결과로 환자는 음식을 섭취하고 말하고 삼키는 기능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페듀로우현탁액은 물이 아닌 현탁액이라는 점에서 이들 환자들이 복약을 조금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구내염 치료제 역시 현탁액으로 돼 있다.
특히 의료진에 따르면 구내염 환자는 심한 경우 침을 삼키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다량의 물을 마시면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에서 페듀로우현탁액은 구내염 환자가 수월하게 소량의 수분 만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의료진은 새로 나온 철중독증 치료제가 효과를 입증했고 복용편의성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오리지널 대비 처방 저항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철원 교수는 "(의료진들이)새로 나온 철중독증 치료제 중 기존 약 대비 효과가 비열등함을 입증했고 복용이 편리할 것 같은 제제를 선택하고 약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며 "특히 철중독증 치료제는 항암제 같이 크리티컬한 약제가 아니기 때문에 제네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의료진들의 저항이 덜 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중독증 치료제에 대한 의료진의 관심이 지금보다 커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산대병원 신호진 교수는 "솔직히 철중독증 치료제에 대한 의료진의 관심은 낮은 편이다"라며 "질병에 대한 주치료제가 아니고 아니고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합병증에 대한 치료제기 때문에 관심이 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호진 교수는 "철분이 체내 어느 곳에 축적되냐에 따라 간비대, 간경변, 간섬유화를 비롯해 부정맥, 협심증, 당뇨병, 관절염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라며 "철분 축적은 당장 생명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철중독증 치료제 처방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중독증 치료제 처방이 낮은 이유는 의료진의 경험 부족이 원인일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편 관련 제약업계 역시 의료진의 니즈에 발맞춰 개선된 복용편의성을 어떻게 강조하고 알릴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깊은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데페라시록스의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의료진과 환자들의 바람은 이 약을 어떻게 잘 복용하는가에 있다"며 "결국 어떤 제형이 환자들에게 가장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경쟁의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환자들이 있는 만큼 니즈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어떤 제형이 가장 좋다라고 말하기엔 어렵다"며 "하지만 복용편의성과 맛, 효과,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높은 점수를 받는 약들이 있을 것이고 의료진의 처방 역시 그 약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