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성형외과가 포화상태이다. 강남역이나 압구정동, 청담동 거리에서 음식점보다 눈에 더 많이 띄는 것이 성형외과 간판이다. 1974년부터 성형외과가 전문 진료과목으로 수련과정을 인가 받은 이래 2015년까지 한국에는 1,200여 명의 성형외과 전문의가 자격을 취득했다. 초기 원로 성형외과 의사 및 종합병원에서 재직 중인 의사를 제외하고는 소위 개업한 진정한 성형외과 의사는 채 1,000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2014년 기사에 따르면 강남 일대에서 성형외과 전문의가 하는 병원은 400여 개지만 '진료과목–성형외과'식의 간판을 걸어놓고 운영하는 '비전문의 병원'은 2,000여 개를 넘는다고 한다. (아주경제 2014.8.14)
성형수술 잘하는 곳을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가 많다. 보통 잘한다는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미용 수술은 성공률과 실패율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도 충분하지 않고 성공률보다 환자의 만족도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학술대회에서 들었던 팁을 대답 대신 들려준다.
"병원 광고는 주로 수술 전후를 비교한 사진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사진 모델 중 눈, 코, 가슴 등 자신과 가장 닮은 수술 전 사진을 찾으세요. 그리고 그 모델의 수술 후 사진을 보고 원하는 결과가 눈에 보이면 그 병원에서 상담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선생님이 해주셨던 이 말이 가장 겸손하고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서양과 달리 동양권, 특히 한국 환자들의 성형수술은 얼굴 수술이 압도적으로 높다. 최근에는 육감적인 몸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면서 가슴이나 엉덩이, 허벅지 수술도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눈과 코가 압도적이다.
"성형외과 의사로 성공하려면 일단 눈, 코를 잘해야 한다."
이는 1년차 레지던트 때부터 듣던 성형업계의 불문율이었다. 외꺼풀이 많은 한국인의 특성상 쌍꺼풀 수술은 이제 기본 옵션이나 다름 없고 코 수술도 보편화 되었다.
코 수술 역시 매부리코나 휘어진 코 교정이 많은 서양과 달리 한국은 '높이는 수술'이 대다수이다. 이는 성형외과 학술대회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코를 주제로 다루는 강연도 국내인지 서양권인지에 따라 그 초점이 서로 상반된다.
관심이 쏠리면 그만큼 대중들의 수준도 높아진다. 괴로웠던 질문 중 하나는 "저 연예인이 성형수술 어디 했는지 맞춰보세요" 라는 질문을 받을 때다. 물론 오랜 경험이 쌓인 선생님들이야 ' 딱 보면 척하고 ' 알 수 있다.
하지만 요즘 한국의 성형수술은 최대한 자연스러우면서 예쁜 게 가능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어서 맞추기가 쉽지 않다. 틀리면 곧바로 "성형외과 의사라면서 이것도 못 맞추나요? 제가 더 잘 맞추겠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일반 여성 중 전문 의사보다 안목이 좋은 '성형 전문가'들이 많다.
미용 수술에 공식은 없지만 '대세'는 있다. 심지어 '깨끗하고 안전하게 절제'하는 원칙을 가진 암 수술도 시대에 따라 발전하고 변화한다.
미적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그리고 개인에 따라 다르다. 대세 속에서도 서젼, 개인이 선호하는 정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쌍꺼풀 수술과 코 수술
쌍꺼풀 수술에도 오랜 전통의 절개법과 인기를 끄는 비절개법이 있다.
상안검 수술이라 하여 노화에 따라 윗눈꺼풀이 쳐지거나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이유로 눈을 잘 못 뜨는 질환의 환자들을 위한 교정 수술이 있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상안검 수술을 받았고 이후 뚜렷한 쌍꺼풀이 눈에 띄었다. 이를 응용하여 미용 목적으로 쌍꺼풀을 만드는 수술이 절개법이다.
문자 그대로 윗 눈꺼풀에 메스를 이용하여 절개해 교정하기 때문에 수술 자국이 보인다. 절개법으로 쌍꺼풀을 수술하면 재수술 시 교정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맞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고정력이 강하고 오래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
우리 몸은 한 번이라도 상처가 나면 염증을 거치는 상처 치유 과정을 겪기 때문에 예전과 달리 상처끼리 들러붙는 '유착'이 발생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상처가 단단하게 아물어 반흔이 되는 것이다.
절개법 역시 인위적으로 상처를 가하는 것과 같아서 윗 눈꺼풀에 영구적인 반흔이 남는다. 비절개법은 눈꺼풀에 바늘이 통과할 정도의 1~2밀리미터 정도의 얇은 절개창을 만드는 것이다. 절개창을 통해 보통 녹지 않는 실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쌍꺼풀 라인을 잡아준다.
비절개법이라 하여 원천적으로 절개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절개법에 비해 훨씬 작은 절개를 이용하여 영구적인 반흔을 작게 만드는 것이다. 대신 비절개법을 이용해 쌍꺼풀을 고정하는 실이 눈꺼풀 안에 남아있는 것이고, 이 실이 풀리는 경우 쌍꺼풀이 풀리는 것이다. 절개법에 비해 고정력이 약한 대신 혹여 수술이 잘못되거나 환자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교정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코를 높이는 수술 역시 마찬가지다. 절개를 하는 방법에 따라 개방코성형술과 비개방코 성형술로 분류할 수 있고, 코를 높이는 데 쓰이는 재료와 봉합법에 따라 술기가 다르다. 각각의 술기 조합에 따라 수많은 수술 방정식이 도출되고 이는 환자의 개별적인 필요성에 따라 서젼이 선택하여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고심한다.
심지어 코를 높이는 교정 외에도 휘어진 코를 교정하거나 넓은 콧볼이나 콧구멍을 줄이는 방법 등에 따라 수술이 다르다. 수련받는 전공의 입장에서는 하나하나 차이를 구별하고 배우는 것도 머리 아프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조합 덕분에 흥미롭다.
코를 높이는 데 쓰이는 재료 중에는 몸의 연골이 있다. 귀의 연골을 채취하기도 하고 갈비 연골이나 코 중앙에 위치한 연골을 쓸 수도 있다.
꼬리뼈나 사타구니에서 진피지방층을 채취하여 사용할 수도 있으며 생체 재료 말고 실리콘 보형물을 맞는 크기와 원하는 모양으로 다듬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조합식 역시 다양해서 귀 연골만 단독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연골을 같이 쓰거나 연골과 보형물을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다.
각각의 필요성은 환자에 필요한 수술 범위와 원하는 정도에 따라 달 라진다. 그래서 보형물만 콧등에 넣는 수술은 30분 만에 끝날 수도 있지만 선천기형이나 심한 외상으로 수술을 하는 경우 미용 목적일지라도 4~5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코 수술 시간이 짧다는 의미가 그만큼 수술을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환자에게 개별적으로 필요한 계획에 맞추어 다양한 수술 방정식이 가능한 의사가 수술을 잘하는 것이다. 성형외과는 다른 의학 지식처럼 "A는 B다"라는 명제로 단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미용을 다루지 않고서는 성형외과라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눈, 코, 안면윤곽, 가슴 성형 등 모든 미용에 관련되어 항상 동일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수술 전 정확한 진단과 환자의 기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하는 미용 수술은 잘못된 진단으로 환자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수술이 시행되는 경우다.
심지어 수술 이후 모습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는 환자는 수술을 하지 말라는 금기가 있다. 미용 수술에서 절대적인 수술법은 없다. 환자 개인마다 최선의 수술법이 여러 선택지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니 성형수술은 꼭 전문의와 상의하고 자신에게 맞는 수술법을 선택해야 한다.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